사회
3년전 쿠팡 화재때 대피했더니..."돌아가서 일하라"
입력 2021-06-22 15:19  | 수정 2021-06-29 16:05
3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화재 당시 단기 아르바이트 사원이던 A씨가 쿠팡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경고한 글이 올라왔었다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작업장 꽉 채운 연기에도 "대피하지 마라"

지난 17일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순직한 김동식 구조대장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화재 발생 4개월 전 스프링클러와 경보기, 방화셔터 등 277건에 달하는 결함이 발견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번 화재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3년 전 같은 곳에서 일어났던 화재 당시,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던 단기 아르바이트 사원 A씨가 올린 글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화재와 닮은 꼴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8년 2월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이 나도 대피하지 못하는 쿠* 덕평 물류센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단순 노동이라 시간도 금방 가고 어렵지 않아 내일도 할까?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 4시 50분쯤 갑자기 연기가 심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A씨는 "연기가 점점 더 심하게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안내방송이나 직원들의 별다른 안내도 없고 불안해진 마음에 저와 주변분들 모두 바깥으로 대피했다"며 "3층 앞쪽에서 담배로 인해 불이 나 연기가 모두 안으로 들어온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직원분께서 대피한 사람들에게 화를 내며 일하는 시간에 자리 이탈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어서 자리로 돌아가서 일 시작하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그렇게 화재 연기가 가득한 곳으로 다시 들어간" A씨는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어 지하 1층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내려가던 도중 관리자들이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는 모습을 본 뒤 담당자에게 상황을 전달하자 "그럼 조퇴를 하고 집에 가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가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 어떻게 계속 일을 하냐, 개인사정으로 인한 조퇴가 아닌데 내가 개인적인 피해를 보며 조퇴를 해야 하는 거냐"고 묻자 "본인의 선택"이라는 담당자의 답변이 돌아왔고 "오늘 있었던 일을 다 알리겠다"고 말하는 A씨에게 "알리세요 알리면 되겠네요"라고 귀찮은 듯 대꾸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A씨는 "오늘은 정말 작고 쉽게 끌 수 있는 불이었지만 물류센터는 박스로 가득한 곳이고 바람 때문에 크게 번질 위험요소가 많은 곳"이라며 "휴대폰을 모두 반납하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더 큰 위험이 생길 수도 있는 곳"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리자들이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 최소한의 안전도 지켜주지 않는 모습을 보며 쿠* 자체에도 선입견이 생길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네이트판에 글을 올린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3년 전 화재 당시 이러한 논란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불안하게 해드린 점 근무자들께 사과드린다. 재발 방지를 위해 흡연구역 안내 및 안전교육, 관리자 교육 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 heyjude@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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