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이야! 외쳤더니 묵살" 쿠팡 물류센터 직원 靑청원
입력 2021-06-22 10:16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폭격을 맞은 듯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당시 근무했던 한 일용직 노동자가 회사 측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주장하며 정확한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덕평 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최초 신고자보다도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했지만, 보안요원에 의해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전날 올라온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총 5000여명이 참여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A씨는 화재가 발생한 지난 17일 새벽 덕평물류센터 1층에서 근무 중이었다. A씨는 "오전 5시 10~15분경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평소 잦은 오작동을 경험한 탓에 하던 일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오전 5시 26분께 퇴근 체크를 하던 중 C구역에서 D구역으로 연결되는 계단 밑에서 연기가 솟았고, 화재로 센터 셔터문이 차단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입구로 달리는데, 아직 많은 분들이 화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며 "동료들을 향해 미친 듯이 뛰어 손을 흔들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 불이 났다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전화가 있었다면 빠른 신고가 가능했을 텐데, 없어서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썼다. 쿠팡 측은 물류센터 근무자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보관한 뒤 퇴근 때 돌려주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경기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동식 구조대장(52·소방경) 빈소에서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가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당시 물류센터에는 무전기를 소지한 보안요원들이 있었다. A씨는 "보안팀에 화재가 났다고 알리자 '불 난것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고 퇴근이나 해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다른 관계자는 크게 웃으면서 '원래 오작동이 잦아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된다'라고 했다"고 썼다.
A씨는 "평소에도 정전 등 크고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이 있었으나 회사 측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실행된 적은 없다"며 "화재 당일 대피방송은 없었고, 오작동이 많다며 꺼둔 스프링클러는 화재 당일에도 작동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 불감증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의 정확한 책임 규명과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강조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 20분께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연면적이 12만7178.58㎡에 축구장 15개 넓이와 맞먹는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불은 사고 5일째까지도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쿠팡 근무자들의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화재 진압 과정에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소방령)이 순직했다.
이상규 경기 소방재난본부장은 지난 20일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소방이 조사한 바로는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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