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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부동산아카데미 칼럼기고] 부동산경매 입찰에 관한 단상(斷想)
입력 2021-06-21 13:30 
부동산경매법정에서 경매기일 날 입찰하는 풍경을 살펴보면 여러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
부동산경매에 관심을 가지고 한번 쯤 경매에 입찰하고자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을 몇 가지 사례를 들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주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이 서울소재의 상업용시설 경매물건에 입찰을 하겠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경매결과를 검색해 보니, 그 입찰가격이면 최고가 매수인(낙찰자)으로 기록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생소한 이름의 법인이 최고가 매수신고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었다. 분명히 회사의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최저매각가격이 91억여원인 물건에 대해서, 1차 매각기일에 100억원에 응찰하겠다고 나에게 자문을 구했었는데 95억여원에 최고가 매수인이 결정된 것이었다. 그리고 차순위 매수신고인의 응찰가격은 93억4천여만원이었다.
내용을 알아본 즉 회사의 직원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한 것이었다. 매각기일이 각각 다른 부동산경매 물건 2개를 신중히 검토하고 심사숙고한 후에 본 건 경매물건에 입찰하기로 결정을 하였는데 경매법원의 입찰현장에서 다른 물건의 경매사건 번호를 기재한 것이었다. 무효입찰이 되었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우리 주변에서는 이렇게 사소한 실수로 인하여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렵게 입찰한 부동산경매에서 실패한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물론 입찰당사자에게는 안타까운 사연이겠으나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재미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십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부동산경매회사 직원이 역시 최고가의 입찰금액을 써 냈는데도 최고가 매수신고인이 되지 못하고 낙찰에 실패한 사례이다.
의뢰인으로부터 컨설팅의뢰를 받아서 지방에 소재하는 부동산경매 물건을 면밀하게 권리분석하고 현장조사의 과정을 거치고 난 다음에 입찰에 참가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재매각(재경매) 사건이었던 것을 깜빡했던 것이었다.
매각허가 결정이 확정된 후 법원이 지정한 대금지급기한 내에 매수인(낙찰자)이 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즉, 잔금을 내지 않았을 때에 법원은 직권으로 재매각을 실시한다.
통상 재매각(재경매) 사건의 경우에 법원은 모든 경매절차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정매각조건과는 달리, 특별매각조건으로 최저 매각가격의 20~30%(법원마다 다르게 적용할 수 있음)를 입찰보증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직원은 통상적인 입찰보증금 10%만을 보증금으로 제출하였던 것이다. 부동산경매에 한 두 번 쯤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차순위인 2등 입찰자에게 이 물건이 낙찰되었다. 부동산경매회사 직원임에도 이런 실수를 연출하였던 사례이다.
세 번째 사례는 간단한 권리분석조차 하지 아니하고 중대한 하자가 있는 부동산경매 물건에 입찰하여 보증금을 날릴 뻔 했지만 운 좋게 구제된 사례이다.
서울 강동구 소재의 다세대 경매물건을 어떤 중년의 여성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가하였다. 그것도 대리인의 자격으로 경매입찰에 참가한 것이다. 해당 물건은 최초매각기일에 아무도 응찰을 하지 않은 관계로 1회 유찰이 되어 매각가격은 최초매각가격의 80%로 저감되어 있는 물건이었다. 일반적인 매매물건이라면 싼 가격에 유혹이 확 끌릴만한 그런 물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2차로 진행된 경매에 아무도 응찰하지 않고 단독입찰이 이루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커다란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최고가 매수인(낙찰자)이 인수하여야 할 전세금이 버티고 있었던 것인데 이러한 하자를 완전히 무시하고 용감하게 입찰을 한 것이다. 여기에서 인수라 함은 금전이라면 낙찰자가 물어줄 돈이요, 금전 이외의 것은 낙찰자가 떠안는 권리를 말한다.
부동산경매에는 일반매매와는 달리 소멸기준이 되는 권리가 있다. 부동산 위에 존재하는 여러 권리들이 있을 때 그 권리들이 소멸이 되는지 인수되는지를 정하는 기준이 있는 것이다. 예컨대, 부동산등기부 등본에 최초로 등재된 압류, 가압류, 근저당, 담보가등기, 강제경매 기입등기 등이 그 기준이 되는 권리인 것이다. 시간 상으로 소멸기준권리보다 앞서 있는 권리 중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선순위의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은 인수의 대상이다.
경매법원의 집행관이 사건번호를 호창할 때에 입찰장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안타까운 눈초리로 단독 응찰한 입찰자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하자로 인하여 엄청나게 비싼가격이 되어버린 물건에 응찰한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한 순간에 반전이 일어났다. 집행관은 이 사건의 대리인에게 입찰무효를 선언한 것이다. 무효의 사유는 대리인의 위임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대리인이 제출한 위임장에 사건번호를 명시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경매입찰을 대리한다는 문구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였다. 입찰실수를 하고도 재수가 좋게 구제가 된 것이다.
부동산경매는 민사집행법과 그에 따른 시행령이나 규칙을 근거로 해서 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대강 이렇게 될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부동산경매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효가 된 입찰서류를 받아 가지고 나오는 대리인에게 왜 그 물건에 입찰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니 가격이 너무 싸서 응찰하였다는 답변이었다.
경매입찰을 하는 때에는 일정 부분 부동산경매에 관한 기본적 권리분석이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게 하는 귀중한 사례이다.
이러한 몇가지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부동산경매 입찰에 참여할 경우에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야 함은 물론 가능한 두 사람 이상이 경매법원 현장에서 입찰 시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점검해보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 하겠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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