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화마 덮친 '쿠팡 물류센터'…노조 "핸드폰 반입 못 해 신고 늦어"
입력 2021-06-18 15:09  | 수정 2021-06-25 16:05
“노동자 안전이 최우선” 후속 대책 촉구
이천 쿠팡 물류센터…전소로 기능 상실
"장기적 관점서 배송 문제 발생 예상"

쿠팡의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오늘(18일)까지 이틀째 이어지는 가운데 심한 연기와 건물 붕괴 위험으로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진화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 합동 현장 감식을 벌일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 주변에는 소방차 20여 대가 둘러싼 뒤 방수포로 물을 뿌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물 내부 물품과 택배 포장에 사용되는 종이 박스, 스티커, 비닐 등 가연성 물질이 더 큰 화마를 만들어내면서 소방대원들의 건물 진입이 불가능해 외부 진화작업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날 불길이 누그러지는 듯했다가 다시 치솟은 이유도 가연성 물질에 불씨가 옮겨 붙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조 "화재 위험 경고했지만, 대책은 없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오늘(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재 사고의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노조 측은 (이번 화재에서) 쿠팡의 안일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화재 위험이 큰 전기장치에 대한 문제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계속 지적했고 평소에도 정전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했지만 쿠팡의 대책 마련은 없었다”고 꼬집었습니다.

물류센터의 특성상 작업장에 먼지가 가득하고 전선이 뒤엉켜져 있어 화재위험은 배가 된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는 것입니다.

노조 측은 오작동이 많다며 꺼둔 스프링클러는 지연 작동했고 평소 화재 경고 방송의 오작동이 많아 노동자들은 당일 안내방송도 오작동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소방관계자는 일부 소방대원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고 하는데 시설이 워낙 넓어서 작동하지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오작동 문제로 일시 보류시켜두는 경우도 간혹 있다. 쿠팡 센터에서도 그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추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노조는 쿠팡 측에 ‘덕평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고용 보장 방안 마련, ‘연 최소 2회 이상 물류센터 전 직원 화재대응 훈련 실시, ‘재난안전 대비 인원 증원 등을 요구했습니다. 덧붙여 이번 화재 조사에 노조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했습니다.

반인권적 태도…어떤 위험 만들었는가”

노조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먼저 화재를 발견한 단기 사원이 있었지만 휴대전화가 없어 신고를 못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반인권적으로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는 태도가 어떤 위험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쿠팡은 보안을 이유로 지난해 직원들이 물류센터 입·퇴장 시 ‘휴대전화 반납·회수를 강제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시대를 역행하는 인권 침해적 발상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휴대폰 반입 금지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화재에 ‘물류 허브 기능 상실...배송 차질 불가피

화재가 발행한 덕평물류센터는 쿠팡 물류센터 중 ‘메가센터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3만 평 규모로 매우 큰 사업장입니다. 이에 쿠팡 물류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덕평물류센터는 2014년에 완공돼 수도권에 각종 공산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지방 배송 물량이 거쳐 가는 허브(Hub)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물류센터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작업장 내 확진자가 발생해 3~4일간 가동이 중단된 적 있습니다. 그 당시 쿠팡은 전국 물류센터 100여 곳에 물량을 분산시켜 배송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거대한 전국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차질 없이 배송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에도 인근 물류센터가 고객 수요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은 3~4일의 일시적 가동 중단이었지만 이번엔 물류센터 전소로 수개월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 jzero@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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