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인 모를 '특발성 폐섬유증' 약물치료로 진행 억제해야
입력 2021-06-18 13:00 

폐가 서서히 굳어지는 폐섬유화 현상을 앓게 되는 질병을 일컬어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여기서 '섬유화'는 굳는 것을 의미하며, 신체에 상처가 생기면 낫는 과정 가운데 상처 부위가 딱딱해지듯, 폐섬유화 역시 폐가 어떠한 이유로 손상을 받은 후 치유되는 과정에서 남는 상처라고 할 수 있다.
최고 권위자인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영환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과 관련해 "소위 흉터라고 하죠. 우리 몸에 생긴 상처가 낫는 과정에 흉터가 생기듯 폐섬유화도 그렇다. 대부분 폐섬유화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광산에서 일하는 분들의 경우 석탄가루를 장기간 흡입하기 때문이고, 돌가루가 많은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은 공중에 흩날리는 돌가루를 많이 마시다보니 폐질환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간혹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얘기한다. '특발성'이란 원인을 모른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영환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정확히 이야기하려면 간질성 폐질환부터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체의 호흡기 구조를 살펴보면 기도와 기관지, 폐포가 존재하는데 이 중 폐에서 공기가 지나가는 길의 마지막 부분인 폐포, 즉 허파꽈리와 허파꽈리 사이를 '사이 간' 자를 사용해 '간질(間質)'이라고 부른다. 간질성 폐렴은 간질에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여기에는 150가지이상의 질환이 있다. 이 다양한 질환을 앓는 과정에서 간혹 폐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폐섬유증은 간질성 폐렴의 증상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폐섬유증에 대해 환경적·직업적 원인 있지만 확실히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의 폐질환은 환경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폐가 외부 공기를 들이마시는 기관이라서 환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디서 생활하는지, 그곳의 환경이 어떤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서 "서양사람들은 새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보니 새의 분비물 등을 공기 중에 들이마시면서 폐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우 원인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치료를 하면 되지만,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게 큰 어려움이다. 따라서 특발성 폐섬유증은 희귀질환으로 불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진단을 받는 과정이 쉽지 않기에 진단 과정에서부터 크게 지치기도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되기 위해서는 앞서 예를 든 모든 가능성이 원인이 아님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지난하고 길게 느껴지는 것이다.

간혹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 아닌가 질문하는 환자도 있지만, 김영환 교수는 "유전적 소인이 원인이 되어 가족 내에서 다수 발생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빈도는 매우 낮다"며 "가족 중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가 있다고 해서 유전될 확률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발성폐섬유증의 일부는 유전성이 있다. 하지만 빈도가 굉장히 낮다. 즉, '유전성인 특발성 폐섬유증도 없지는 않다"고 소개했다. 김영환 교수는 "제가 이 분야에서 환자를 맡으면서 특발성 폐질환을 겪고 있는 분을 1000명 이상 만났지만 그 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0 케이스가 채 안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정한 원인을 찾기 어렵지만 한 가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흡연을 꼽았다. 그는 "특발성 폐섬유증의 위험인자로 잘 알려진 요인이 흡연이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특발성 폐섬유증의 발병률이 약 2배 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주요 증상은 기침과 호흡곤란이다. 하지만 이들 증상은 호흡기질환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어서 단순히 기침과 호흡곤란이 나타난다고 해서 특발성 폐질환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하는 필수 의학적 기준은 흉부CT 촬영 소견 및 폐기능검사 소견이다. 진단이 확실하지 않을 때에는 폐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김 교수는 "이 질환은 진행성이어서 완치가 없다. 과거 미국 교과서를 보면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평균 생존률이 3~4년인 것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과거의 얘기다. 증상이 나오고 나서야 병을 진단할 수 있었던 때의 통계이기 때문에 지금은 이보다 생존기간이 더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환자들의 생존률이 더 길다. 특발성 폐질환 환자의 전 세계 평균 생존률이 4년 내외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평균 7~8년 정도이다. 국내에서는 건강검진을 많이 하다 보니 초기 발견이 많기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교수에 따르면 특발성 폐섬유증은 일반적으로 수술로 치료하는 질환이 아니다. 수술적 치료는 질환의 말기, 산소치료를 하면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단계에서 선별적으로 하는 폐이식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 밖의 통상적인 치료방법은 항섬유화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폐 이식의 성공률은 간이나 신장에 비해 낮다. 폐는 여러장기 중 유일하게 몸의 외부와 상호작용하면서 활동하는 기관이다보니 이식 후 합병증이나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5년 이상 장기생존률이 50~60% 밖에 안된다. 때문에 폐 이식도 결국은 산소호흡기를 단 후, 모든 치료의 가능성이 없을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결국은 약물로 진행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의학기술에서 섬유화된 조직을 원 상태로 완전히 되돌려 놓는 기술은 없다. 다만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인 만큼 섬유화를 억제하는 약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햇다.
현재 의료계는 지난 2013년 FDA 승인을 받은 두 종류의 약물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사용하면 폐 섬유화 속도를 50% 가량 낮출 수 있다.그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완치할 수 없는 질환이지만 약물치료로 진행을 억제할 수 있으며, 많은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어 환자들은 낙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셨으면 한다. 간혹 인터넷으로 증상을 검색하고 크게 좌절한 모습으로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는 과거 오래 전 마땅한 약도 없을 때의 정보이다. 맞는 내용도 있지만 맞지 않는 내용도 많아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전문가와 만나서 정확히 확인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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