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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목표가 생겼다' 이영진 "아동 학대 엄마, 싱크로율 0%"
입력 2021-06-18 07:02 
배우 이영진이 `목표가 생겼다`에서 처음 엄마 역, 그것도 문제적 엄마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 유용석 기자
배우 이영진(40)이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에서 처음 맡은 엄마 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영진은 노메이크업을 마다하지 않고, 열연했다.
지난달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목표가 생겼다'(극본 류솔아, 연출 심소연)는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행복 망치기 프로젝트'를 계획한 19세 소녀 소현(김환희 분)의 은밀한 작전을 담은 작품이다. 술과 도박을 하며 자신을 방치한 엄마 아래서 자란 소현이 학교를 자퇴, 핸드폰 소매치기를 하며 살아가던 중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빠를 만나 '복수를 해야겠다'는 목표로 사는 모습이 담겼다.
이영진은 극중 소현을 방치한 엄마 김유미 역을 맡았다. 이영진은 "두 달간 촬영했는데 끝나니 시원섭섭하다. 그래도 4부작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채롭게 보여준 것 같아 성취감도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영진이 맡은 유미 캐릭터는 소현의 서사에 힘을 불어넣어주기도 하고 소현의 엇나간 행동에 당위성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다만 유미의 이야기는 상당히 단편적으로 나와 아쉬울 법 하다.

이에 대해 이영진은 "소현이 올바른 인물이 아니라 설명이 필요했다. 그런데 유미의 사연도 이야기하면 자칫 이야기가 지저분해질 수 있다. 임팩트있게 잘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미의 이야기가 더 들어가면 유미를 이해하기 쉬울 수는 있겠지만 연민의 감정이 부각될 수 있다. 유미는 딸과 동반 자살을 하려고도 하고 하우스 도박도 한 범죄자다. '어쩔 수 없었다', '이럴 수 밖에 없었다'는 마음을 비춰주면 오히려 유미에 대한 미움이 더 커졌을 것 같다"고 이해했다.
이영진은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활약했으나 엄마 역은 처음이다.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영진은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묻는 질문에 당황하며 "거의 0%에 가깝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영진은 "그땐 알콜중독자 엄마 정도로만 캐릭터가 공개된 상황이어서 다 말할 수는 없었지만 싱크로율이 높으면 안되는 캐릭터"라면서 웃었다.
"유미는 아동 학대, 방임, 하우스 도박, 살인 미수 등 범죄에다 알코올 중독자라 싱크로율을 묻는 질문이 당황스러웠어요. 저는 결혼도 안해봤고 누군가의 엄마도 아니고 술도 못마시는데다가 누구랑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도박은 커녕 윷놀이도 안합니다. 이영진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에요, 하하.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조금 더 모성애가 짙은, '무조건적인 희생정신'이 있는 엄마였는데 그러면 딸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 조금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이야기를 하면서 대본이 바뀌었고 엄마이기 보단 김유미라는 캐릭터가 됐어요. 연기하면서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이영진은 김유미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단다.
이영진은 "방임, 학대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다. 소현을 증오하거나 싫어하는 악의적인 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고 본인의 방식대로 사랑했다. 범죄자는 그렇게 키워진게 아니라 그런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유미가 가진 고통, 상처가 너무 힘들어서 이 감정에 매몰된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한 가정을 꿈꿨는데 남편이 친구를 살리다가 죽었고 또 화재가 나서 모든 것을 다 잃었다. 그 상실감과 박탈감, 슬픔이 컸고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모르겠어서 동반자살을 시도한 거다. 이외에도 실패를 거듭하니 가장 손쉽게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술에 빠졌고. 엄마 유미가 아니라 사람 유미로 자신의 감정에 빠져있으니 소현에겐 본의 아니게 학대, 방임을 하게 된 것"이라고 유미를 분석했다.
이영진은 "거의 집안 세트에서 연기를 했다. 오열하고 화내고, 소현과 다투고. 신이 많지는 않은데 어두운 과거가 있고 소현의 기준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다보니 감정적 공백이 있어서 연기할 때 어렵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김)환희를 만나면 반가운데 감정이 깨질까봐 반가운 척을 할 수고 없고 류수영도 반갑지만 서로가 감정신을 촬영해야해서 다가갈 수 없었다. 회식도 못하고 친해질 기회도 없었다. 16부작이면 함께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길어 친해질텐데 그런 것도 아니라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영진은 함께 연기한 김환희에 대해 "환희를 두고 연기 천재라고들 하는데 노력을 엄청나게 한다. 대본이 너무 헤져서 두개를 쓰더라.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많이 봤다는 거냐. 반성도 되고 자세나 태도에 대해 존중, 존경을 하게 되더라"고 칭찬했다. 또 "그동안 환희가 해온 여러 작품들이 어두운 작품이 많아 걱정했는데 참 밝고 건강한 친구더라. 멘탈 건강도 좋고"라고 칭찬을 이어갔다.
작품 말미, 이소현이 집을 나간 뒤 김유미는 알코올 치료센터에 가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여줬다. 작품 이후의 유미의 삶은 어떻게 될까. 이영진은 "아직 철들긴 멀었다"면서 바로 변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유미가 알코올 치료 센터에 첫발을 내딛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결말이 좋았어요. 사람은 한순간에 변하지 않아요. 바로 성공하진 못하고 실패할 것 같아요. 알코올 중독 치료에 실패하지만 한 두달 뒤 또 도전하고...실패와 도전을 반복할 것 같아요. 또 소현이가 엄마를 용서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소현이 30살, 40살이 되고 스스로의 세계가 열려서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게 된 뒤에 엄마를 이해하진 않아도 용서는 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 같습니다."
이영진은 인터뷰에서도 민낯에 가까운 최소의 화장으로 당당한 매력을 발산했다. 사진| 유용석 기자

'목표가 생겼다'는 지난해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당선작이다. 류솔아 작가의 입봉작이자 심소연 PD의 메인 연출 입봉작이기도 하다. 연출과 작가 모두 데뷔작인인 작품에 출연을 고민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영진은 "그런 것 신경써 본 적 없다"고 쿨하게 답했다.
이어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만남을 좋아하고 모험도 두려워하지만 좋아한다. 전작인 '닥터 탐정'은 '모범택시' 박준우 PD의 드라마 입봉작이었고 '위대한 유혹자', 영화 '배심원들'도 작가님 혹은 감독님의 입봉작이었다. 데뷔작인 '여고괴담' 역시 그랬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 끌리는 대본을 찾아서 결정하는만큼 마음에 드는 작품이면 외적인 이유로 기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영진은 이 작품에서 맨 얼굴, 민낯 출연에도 도전했다. 여배우로서 쉽지 않았겠지만 이 역시 "선택이 어렵지 않았다"고 심플하게 말했다. "미녀 배우로 불리는 분들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배우로 활동한 20년간 저는 미녀 배우가 아니었다. 또 유미는 삶이 망가진 피폐한 역이기 때문에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삶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기초 메이크업을 하고 풀 메이크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웃기지 않나."
이영진은 "아예 노메이크업은 아니었다. 다크서클 등은 분장의 도움을 받았다. 제 맨얼굴이 그렇게까지 피폐하진 않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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