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홀쭉해진 김정은, '심각한 식량난' 공식 인정
입력 2021-06-16 11:43  | 수정 2021-06-23 12:05
"현재 인민들의 식량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
'체제 붕괴' 막기 위한 '국경 봉쇄'가 큰 영향

최근 부쩍 살이 빠진 모습으로 등장해 해석이 분분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심각한 식량난을 인정했습니다.

오늘(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어제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농업부문에서 지난해의 태풍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쌀 농사' 상황 심각


북한에서 '긴장하다'는 '일을 순조롭게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바듯하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번 전원회의에서 그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농사를 잘 짓는 것은 현시기 우리 당과 국가가 최중대시하고 최우선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전투적 과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개적인 회의 석상에서 식량난을 인정하고 북한매체가 이를 그대로 보도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현재 식량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방증합니다.

지난해 태풍과 장마 피해가 주요 곡물 생산지인 황해남 북도에 집중된데다가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농자재 수입이나 식량 원조도 종전보다 어려워진 탓입니다.

실제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농촌진흥청이 내놓은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 지표는 모두 감소 추세입니다.


FAO는 식량 부족분을 85만8천t으로 추산하면서 수입이나 원조를 통해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 8∼10월이 '혹독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12월 발표된 보고서에는 쌀 생산량이 202만t으로, 2019년에 비해 9.8%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농진청은 벼 재배기간에 비가 많이 오고 일사량이 적었으며, 특히 태풍과 장마가 집중된 지난해 8월이 벼가 여무는 시기여서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여름 수해의 영향을 적게 받는 가을보리 작황은 다소 늘었고, 콩류 생산량도 늘었지만 쌀 생산량이 줄면서 전반적으로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조사한 북한의 쌀값 동향을 봐도 최근 들어 쌀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입니다.

매체는 지난 8일 기준 지역별 1㎏당 쌀 가격이 평양 5천원, 신의주 4천900원, 혜산 4천800원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달 2일 쌀 가격이 평양 4천100원, 신의주 4천200원, 혜산 4천4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가격이 폭등한 셈입니다.

식량난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칫 아사자가 속출했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상황이 재현돼 민심 이반이 커지고 나아가 체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는 김 위원장이 당대회에서 먹는 문제 해결을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결실을 보아야 할 국가 중대사"라고 한데서도 엿보입니다.

북한 매체들도 쌀을 두고 "우리의 힘이고 존엄"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자체의 힘으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성과적으로 다그쳐 나가자면 무엇보다도 식량이 넉넉해야 한다" 지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는 "비상 방역상황의 장기화는 인민들의 식의주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의 장기화"라며 "경제지도기관들이 비상 방역이라는 불리한 환경 속에서 그에 맞게 경제사업을 치밀하게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체제 붕괴' 막기 위한 국경 봉쇄, 큰 영향


이런 상황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국경을 봉쇄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습니다.

농사에 쓸 비료가 필수적인데 비료가 부족했던 것이 올해 쌀 생산에 있어 가장 큰 타격이라는 겁니다.

지난달 중국으로부터 비료의 재료가 되는 화학물질을 대량 수입하긴 했지만 수해까지 겹친 상황에선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박 교수는 "지난달 중국에서 수입을 하긴 했지만 이미 봄철 비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쌀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었다"며 "코로나가 들어올까 염려해 국경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90년대 산림을 많이 잘라냈기 때문에 수해까지 닥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박 교수는 현재 북한의 상황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규정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아직까진 크지 않지만 봉기를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은 두 가지, '전염병 창궐'과 '식량 부족'이기 때문입니다.

박 교수는 "코로나 창궐로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걸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있지만 그만큼 식량이 고갈되고 있는 것이 딜레마"라고 분석했습니다.


[ 이상은 기자 / leestellaaz@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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