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가상화폐 첫 법정통화 엘살바도르,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입력 2021-06-16 08:50  | 수정 2021-06-23 09:05
엘살바도르 "엘손테의 비트코인 실험"
주민들 "현금 거래보다 쉬워"

지난 8일(현지시간) 전 세계 국가 중 처음으로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 그 진행 상황을 엿보기 위해 전 세계 주요 외신 기자들이 바닷가 마을 엘손테로 몰려들었습니다.

2019년 엘손테에서 시작한 '비트코인 비치'(Bitcoin Beach) 프로젝트는 엘살바도르 청년들과 비영리단체, 엘손테에 살던 미국인, 그리고 익명의 비트코인 기부자가 뜻을 모아 시작됐습니다.

익명의 기부자는 약 40달러(약 4만4천700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세 차례에 걸쳐 지급하고, 비트코인 거래 앱 사용법을 주민들에게 안내했습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돕고자 시작된 이 프로젝트로 현재 엘손테는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시작은 마을 강을 청소하는 젊은이들에게 비트코인을 지급해 이들이 비트코인을 받는 가게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 비트코인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코로나 19로 경제 위기가 계속되자 비트코인 상용화에 더욱 가속이 붙었습니다.

가난한 마을 엘손테엔 은행도 없었고 하나 있는 은행마저도 호텔에 있어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국민의 70%가 은행 계좌가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이들은 코로나 19로 발이 묶이면서 은행 시스템을 이용하는 대신 비트코인으로 돈을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갈수록 더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인정하게 됐고 "비트코인 받습니다"라는 문구를 써놓은 상점들도 점차 늘어났습니다.

엘손테 주민의 90%가 비트코인을 경험했다고 할 만큼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비트코인으로 임금을 받는 벽돌공 아메르 발렌수엘라는 AFP통신에 "개인적으로 이제 달러엔 관심이 없다. 이제 지갑에 돈을 넣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며 비트코인에 쉽게 적응했다고 말했습니다.

가게에서 탄산음료와 과자를 사고 비트코인으로 지불한 일라리오 갈베스는 AP통신에 "현금 거래보다 쉽다. 집에서 주문과 지불을 하고 가게에 와서 물건을 찾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앱이 먹통이 되거나 데이터를 다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며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엘살바도르 프란시스코 가비디아대의 오스카르 피카르도 교수는 로이터에 "디지털 격차가 매우 크다. 다수의 가난한 이들은 인터넷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며 엘손테의 실험으로 비트코인 통용 성공 가능성을 알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미니슈퍼를 운영하며 비트코인을 받는 마리아 델 카르멘 아빌레스는 AP통신에 "비트코인이 6만달러를 돌파했을 땐 돈을 벌어서 가게 냉장실을 넓혔지만, 이후 가격이 떨어졌을 땐 손해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비트코인 ATM을 사용해 보기 위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찾아온 에드가르 마가나는 50달러를 넣었더니 47달러 어치의 비트코인이 스마트폰에 충전됐다며 "수수료 3달러를 뗐다. 은행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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