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탈리아 "일대일로 재검토" 밝히자 中 "미국 믿었다가 배신당할 것"
입력 2021-06-15 11:36 

트럼프정부 시절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중국가 가까워졌던 유럽연합(EU)이 다시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EU가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많아지면서 EU의 대중 관계 기류가 완전히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최근 중국의 가슴을 철렁이게 한 사건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재검토 발언이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뒤 현장 취재진과 만나 "일대일로 참여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밝힌 중국 주도의 아시아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사업으로 시진핑 정부의 핵심적인 대외정책이다. 일대(一帶)는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 일로(一路)는 중국 남부~동남아시아 바닷길을 거쳐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다.

2019년 3월 당시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과 에너지·항만·항공우주 등 분야의 민·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고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G7 국가 가운데 일대일로에 참여한 유일한 사례였다.
그랬던 이탈리아가 이제 변심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기 총리는 또 중국에 대해 "다자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민주주의 진영과 같은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 전제국가"라면서 "협력할 필요가 있지만 아울러 우리가 공유하거나 수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앞서 G7은 일대일로에 맞서 '더 나은 세계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이라는 명칭의 글로벌 인프라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골자는 2035년까지 중저소득 개발도상국이 약 40조 달러(약 4경 4640조 원) 규모의 기반시설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하기 위한 서구 세력의 반격 카드인 셈이다.
더욱이 중국이 그동안 공을 들였던 EU와의 포괄적투자협정(CAI)도 사살싱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유럽의회가 지난달 중국의 EU 인사에 대한 제재 해제 시까지 EU와 중국 간 투자협정을 비준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7년이라는 오랜 시간 협상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EU와 중국 간 투자협정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뜻을 모으면서 지난해 12월 극적으로 타결됐다. 하지만 미국 조 바이든 정권이 출범한 이후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인권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이처럼 EU가 점차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미국 쪽으로 한발 더 다가서자 중국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EU가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경우 중국으로서는 대외적으로 더 고립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는 EU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인 만큼 EU가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미국의 강경한 대중전략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G7 정상회담에서도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입장에 대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면 안된다"며 "미국을 믿으면 나중에 결국 배신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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