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잡코인' 털었지만…'새 코인' 확 늘린 거래소
입력 2021-06-14 17:42 
가상화폐 거래소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1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한주형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앞다퉈 부실 코인 정리를 추진하는 가운데 대형 거래소들은 오히려 상장을 대거 실행하면서 코인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5대 거래소는 상장폐지보다 상장을 4배 가까이 많이 하면서 오는 9월 말 거래소 등록 시한에 앞서 거래소가 대형 중심으로 재편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로서는 우량 코인을 고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14일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 따르면 최근 4개월 동안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개수만 91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올라가면서 거래량이 활발했던 3월(26개), 4월(23개)에 상장이 많이 이뤄졌다. 최근 한 달간(5월 15일~6월 14일) 가상화폐 거래량이 줄어들 때에도 5대 거래소는 24개 코인을 공격적으로 상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빗썸은 이 기간에만 바이낸스코인(BNB), 알파쿼크(AQT) 등 총 17종 코인을 상장시켰다. 대형 거래소들이 이같이 상장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한 만큼 검증된 코인을 적극 상장해 거래소 업계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앞으로 대형 거래소에는 이른바 우량 코인만 남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5대 거래소에는 상장되는 코인이 상장폐지되는 코인보다 월등히 많다. 지난 2월 1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4개월 동안 상장폐지된 코인은 총 23개였다. 반면 같은 기간 상장된 코인은 91개로 4배 가까이 많다. 원화시장 상장만 놓고 봤을 때 업비트(121개), 빗썸(177개), 코인원(181개) 등은 코인이 100개 이상 상장돼 있다. 원화시장 외에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BTC 시장까지 포함한다면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거래소는 동시에 잡코인 정리도 실행하고 있다. 9월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에 따라 미리 문제가 될 만한 코인을 정리하는 것이다. 업비트는 최근 페이코인(PCI) 등 5개 코인에 대해 원화시장에서 내리겠다고 밝혔다. 제거 사유는 원화마켓 페어 유지를 위한 내부 기준 미달로 공지됐다. 업비트는 25가지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대상 코인은 코모도(KMD), 애드엑스(ADX), 엘비알와이크레딧(LBC) 등이다. 업비트는 이들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팀 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와 커뮤니케이션, 기술 역량, 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 기준에 미달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업비트도 9월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특금법 관련 신고를 마쳐야 하는 만큼 코인들을 미리 폐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은행 실명계좌 발급과 FIU 특금법 관련 신고 과정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종류가 많을수록 '위험 관리' 차원에서 감점 가능성이 큰 만큼 거래소가 코인 정리 절차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다른 회사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어떻게 접근하는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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