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0년전 청계천 세운상가서 출발, 압구정 '금강 슈퍼마켓' 도약…매출 20조 일군 현대백화점그룹
입력 2021-06-14 11:46  | 수정 2021-06-17 18:18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이 개점한 1985년 12월 1일 매장을 돌아보는 정주영 회장(가운데)과 정몽근 사장(왼쪽).

현대백화점그룹이 오는 15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정지선 회장은 14일 창립 50주년 기념사를 통해 "우리 그룹의 50년 역사를 한 줄로 압축한다면 과감하고 열정적인 도전의 연속"이라며 "100년 그 이상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1971년 금강개발산업으로 출발했다. '중동 건설붐'이 일었던 당시 현대그룹의 단체 급식, 작업복 지원 등을 담당하는 회사였다. 창립 첫 해 8400만원에 불과하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20조원을 달성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현대백화점그룹 의 자산은 5월 현재 18조3000억원으로 재계 21위로 올라 섰다.
정몽근, 정지선 부자의 '도전 정신'이 오늘의 현대백화점 그룹울 만들었다는 평가다.

창업 첫 해인 1971년 청계천 '세운상가'의 운영을 맡은 금강개발산업은 백화점식 운영을 표방하며 가격표시제를 처음 도입했다.
유통 사업의 첫 발을 내딛은 것은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이 대표이사 취임 직후인 1976년이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상가에 '금강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부터다. 그는 1980년 서울 압구정동에 백화점 설립을 구상한다. 강남 개발이 시작되면서 압구정동 지역에 약 7000여 세대를 수용할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그룹 안팎의 반대에 부딪힌다. 당시 백화점 상권의 중심은 강북이었고 압구정은 배나무 밭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들어서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개점 당시 전경.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유통업에 진출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했다. 정몽근 명예회장은 아버지를 설득해 백화점 사업에 진출한다. 지난 1997년 IMF사태 속에서 오히려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펼치며 사세를 확장했다.
'도전정신'은 아들인 정지선 회장에게 대(代)를 이어 계속된다. 지난 2003년 총괄 부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2010년 '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사업 확장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다. 비전 발표 이후 백화점 6개, 아울렛 8개 출점 및 10여 건의 인수합병(M&A)를 추진한다.
지난 2012년 한섬을 인수할 당시 한섬의 정재봉 사장을 만나 직접 담판을 짓는 등 M&A를 진두지휘했다. 같은해 가구업체 '리바트(현 현대리바트)'도 차례로 인수하며 패션과 리빙·인테리어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유통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고 있는 사이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을 넘어 국내 대표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면세점 사업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면세점들이 사업을 축소하는 것과는 달리,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자산을 인수해 두 번째 매장인 동대문점을 오픈했고, 이어 같은해 9월에는 인천공항 면세점사업권까지 획득하며 공항면세점에 진출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미래형 백화점으로 불리는 '더현대 서울'도 정 회장이 진두지위한 작품이다.
지난 2016년 여의도 파크원내 상업시설 입찰 당시 회사 내부에선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여의도는 전형적인 오피스 타운이라 주말 등 집객이 어려워 백화점 사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 정 회장이 직접 여의도의 백화점 출점을 결정한다. 여의도가 교통접근성이 뛰어나 백화점 안에 콘텐츠만 완벽하다면 오히려 더 많은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후 세상에 없던 백화점을 만들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자고 제안했고,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백화점과는 전혀 다른 미래형 백화점인 '더현대 서울'이 탄생하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초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추진 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오는 2030년 매출 40조 시대를 열겠다는 게 핵심 목표다.
양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세대에 신뢰와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도 함께 내놨다.
정 회장은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이 점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그는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 추구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친환경 가치를 창출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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