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정행위 안 했다"…억울함에 극단적 선택한 여고생
입력 2021-06-13 11:13  | 수정 2021-06-20 12:05
경북 안동 A여자고등학교 2학년생 투신
부정행위 의심에 반성문서 억울함 호소
수업 중 학교 나와 아파트서 극단 선택

쪽지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의심받은 여고생이 반성문에 커닝을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뒤 수업 도중 학교를 빠져나와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습니다.

어제(12일) 안동경찰서와 유족 등에 따르면 경북 안동의 A 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B 양은 지난 10일 학교 앞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날 B 양은 1교시 영어 수업 수행평가 도중 교사로부터 부정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해당 수행평가는 유명 팝송의 감상문을 세 문장의 영어로 적어내는 것으로, 교사는 B 양의 책상 서랍 안에서 영어로 된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해 커닝을 의심했습니다.

유족에 따르면 B 양은 이를 부인했으나 해당 교사는 B 양의 말을 듣지 않고 부정행위로 간주해 B 양에게 교무실 한쪽 공간에 앉아 반성문을 쓰게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교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B 양은 반성문에 "(교사가 커닝을 했다고 단정 지은) 쪽지 속 문장이 수행평가지에는 없다. 그런데도 0점 처리된다면 받아들이겠다"라고 썼습니다.

학교 정문에서 경비원이 어딜 가느냐고 물었을 때 B 양은 "문구점에 다녀오겠다"라고 답했고, 외출증이 따로 없었음에도 B 양은 큰 문제 없이 학교를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B 양은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신고로 B 양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에 B 양의 유족은 "반성문을 쓰게 한 영어 교사가 자리를 지켰거나 경비원이 외출 허락 여부를 따져 물었다면 B 양이 학교 밖을 나가지 못해 투신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B 양의 언니는 "그날 영어 시험은 15분간 진행된 간단한 테스트였고 단어 몇 개만 암기하면 쓸 수 있는 아주 쉬운 시험이었다"며 "동생은 중간고사에서 전체 6등을 할 정도로 우등생이었다. 부정 행위자로 몰려 더 이상 해명할 기회가 없자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학교도 크게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사건과 관련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그제(11일) 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등 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B 양이 학교를 나간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 jejuflower@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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