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농민 10명중 4명 받는데 기본소득?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시행 논란
입력 2021-06-07 14:02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농민 1인당 월 5만 원을 지역화폐로 주는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전격 선언했다.
이르면 10월께 시행할 예정인데 31개 시·군중 잠정 6개 시·군만이 참여 의사를 밝혀, 모두에게 동일한 혜택이 돌아가는 '기본소득'이 맞는냐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경기도는 오는 10월부터 도내 일부 시·군 농민을 대상으로 1인당 매월 5만 원의 농민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은 최근 3년 연속 또는 비연속 10년간 해당 시·군에 주소를 두고 거주하면서 1년 이상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에게 지급한다. 예산은 도와 시·군이 각각 절반씩 부담해 지원하며, 3개월내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된다. 농가 단위로 지급하는 정부 직불금, 타 지자체 농민수당과 구별된다고 경기도는 밝혔다.

농업경영체 미등록자도 농사를 지은 사실이 확인되면 농민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어 농사를 짓는 부부의 경우 월 10만 원 수령도 가능하다.
경기도는 이달까지 조례 제정 등 사업시행에 필요한 준비를 마무리 한 뒤 경기도에 사업을 신청한 시·군부터 확보한 도비(176억 원)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앙정부의 직불금 부정 수급자, 농업외 종합소득이 3700만원 이상인 농민, 농업분야에 고용돼 근로소득을 받는 농업노동자는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안동광 경기도 농정해양국장은 "농민기본소득은 농민 기본권 보장, 소득불평등 완화, 농업·농민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위한 것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전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농민기본소득이 기본소득의 원칙인 개별성을 담보한 전국 최초 사업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와 뜻을 같이한 시·군의 농민만 지원받을 수 있어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경기도가 추산한 농민기본소득 지원 대상은 29만여명이지만 기초단체가 참여하지 않으면 지원 숫자는 크게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에 농민기본소득 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여주·포천·연천·양평·이천·안성 등 6곳인데, 이 지역 거주 농민은 전체 대상자의 38%인 11만여명에 불과하다.
경기 동부권의 한 기초단체는 "예산 등의 문제로 인해 이번에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농민기본소득에 불참하기로 했다"면서 "기본소득이란 조건 없이 모든이에게 같은 금액을 주는 것인데 지역에 따라 누군 주고, 누군 안주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이란 명칭을 쓰는 것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기본소득의 제1원칙인 보편성이 성립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농민기본소득' 명칭은 최근 조례 심의권을 가진 경기도의회에서도 논란이 됐으나 경기도가 '농민수당' 명칭 대신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경기도의원들은 농민기본소득이 특정 직군에게 지급되는 만큼 '수당'으로 변경돼야한다며 집행부와 공방을 벌였다.
신정현 경기도의회 의원(고양3·더불어민주당)은 "농민중에는 어려운 분도 있고, 지주(地主)로서 기본소득 개념이 필요하지 않은 분도 있다"면서 "농민기본소득을 농민수당으로 전환해 더 어려운 농민에게 투텁고 충분하게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 지사가 조만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수개월 후 경기도정은 멈출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익은 농민기본소득 시행이 맞는가"라면서 "이 지사가 '기본소득'이란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한 결정으로 밖에 볼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는 보편성, 개별성 등 기본소득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 맞지만 행정적으로는 (농민기본소득 예산을) 매칭하지 못하는 시군의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 차이가 존재한다"면서 "경기도형 사업이고, 추가적으로 준비가 되는 시·군이 있다면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민기본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신 의원은 "경기도는 소상공인의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지만 구조적으로 특정 업종에 소비가 쏠리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시 지역화폐를 지급하면 어려운 소상공인은 더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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