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부머 세대가 노인(65세 이상)으로 진입하며, 노인의 경제 지형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폐지 줍는 노인'으로 드러났던 노인 빈곤율은 줄고, 대신 '먹고 살만한 노인'이 온다.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4명이 현재 경제 상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지난 2017년 조사 당시 만족도는 28.8%에 그쳤지만, 3년 만에 37.4%로 증가한 것이다. 이번 노인실태조사는 노인 가족·사회적 관계, 건강·기능 상태, 경제 상태·활동, 여가·사회활동, 생활 환경·가치관 등을 확인했으며, 3년마다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또 노인 단독 가구 가운데 62%는 자녀 등과 함께 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경제·건강·생활 면에서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자립적 요인(건강·경제적 안정, 개인생활 향휴)에 따라 노인 단독가구를 형성하였다는 응답이 지난 2017년 32.7%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경제적 능력을 노인 단독 가구 형성의 이유로 꼽은 이들은 지난 2017년(1.8%)에 비해 12.7%로 급증했다. .
해당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의 주관적인 경제적 만족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노인의 근로·자산 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노인 평균 개인 소득은 1558만원으로, 3년 전 조사 결과인 1176만원 비해 32.5%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근로 및 사업소득의 비율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거의 대부분의 노인 가구가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노인가구 96.6%가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평균 금액은 2억6182만원에 달했다. 또 79.8%의 노인이 자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은 77.8%가 보유했는데, 평균 금액은 3212만원이었다.
이처럼 주관적·객관적 지표 모두에서 노인의 경제력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노인으로 대규모 신규 진입한 '베이비 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영향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는 베이비부머 세대에 해당하는 1955년생 등이 65세 이상으로 진입했다. 이번 조사에 새로이 포함된 1953년·1954년·1955년생은 총 173만명으로, 전체 노인의 21.3%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서 높은 학력 수준을 바탕으로 가처분 소득, 소비지출, 총자산액은 가장 높고, 불평등 수준은 가장 낮은 세대로 지목된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신규 진입한 후 처음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노인 학력 수준 향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이유다. 고등학교 졸업 이상 고학력자 비율은 3년 전 조사 당시 24.8%에 불과했다면 지난해에는 34.3%로 늘었다 .
안서연 국민연금공단 연구원은 "앞으로 베이미부머 세대 등이 점차 노인 세대에 진입할 수록 노인빈곤율이 이전 세대(1945∼1954년생)보다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베이비부머 세대는 특수한 시대적 맥락에서 형성된 코호트로써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들이 겪고 있는 노동시장 불안정성의 증대와 그로 인한 노후소득보장 체계의 사각지대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윤지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