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개미 "떨어진다" vs 기관 "더 간다"…'ETF 대전' 누가 웃을까
입력 2021-06-06 18:26  | 수정 2021-06-06 19:40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지수 하락세를 예상하는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지수가 오를 것으로 전망해 상반된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이른바 '곱버스' 상품을 이달 들어서만 2000억원 가까이 사들였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지수 하락에 투자하는 대표 상품인 코덱스(KODEX)200선물인버스2X ETF(상장지수펀드)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이른바 곱버스로, 코스피200선물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수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순매수 금액은 포스코(2023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HMM(1743억원), 두산중공업(1363억원), LG화학(99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의 기류는 이달 들어 급격히 바뀐 모습이다.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4조2513억원을 사들였다. 뒤를 이어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네이버 등이 매수 상위 종목을 차지했다. 지수 등락에 베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매수 상위 종목에 속해 있지 않았다.
이달 들어 기관투자자들은 개인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6월 1~4일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지수 상승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투자자들은 이 기간에 KODEX 레버리지 ETF를 866억원가량 순매수했는데, 전체 순매수 종목 가운데 5번째로 많은 액수였다. KODEX 레버리지는 선물인버스2X와 달리 지수 상승 시 2배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동시에 기관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KODEX200선물인버스2X ETF를 가장 많이 내다 팔았다. 이달 매도 금액이 2529억원에 이른다. 개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자들이 지수 향방을 놓고 정반대로 전망하고 있는 셈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1.13%가량 상승했다. 수익률을 따져보면 인버스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이 다소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2.5% 하락한 반면, KODEX레버리지는 1.9%가량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3일까지 KODEX 레버리지 사들였지만 4일 하루 동안 KODEX200선물인버스2X를 387억원어치 매입하면서 지수 하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었다.
이달 들어 지수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스피가 올해 고점을 뚫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는 이른바 '박스권 장세'를 예상하는 것이다. 지난 1월 11일 코스피는 장중 3266.23을 기록한 이후 아직 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기준으로 3260까지 형성된 박스권 상단선의 저항이 강한 모습"이라며 "지금까지 상승세는 박스권 내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현재와 같은 완만한 증가세로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기 부족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때에는 지수 등락에 투자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고 글로벌 경제 회복 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산업과 국가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지수 비중이 큰 종목보다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수혜를 볼 수 있는 섹터나 금리 상승 수혜 섹터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면서 "국내 주식뿐 아니라 경기 민감 섹터가 많은 나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이 같은 매수세에 힘입어 전체 상장 ETF 가운데 KODEX200선물인버스2X의 최근 3개월 평균 거래량은 2억4043만주가량으로 다른 ETF 거래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PB는 "지수가 한 방향으로 가지 않고 등락이 이어지면 마이너스 복리효과 등으로 수익률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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