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귀하는 업무역량 부족해 보입니다"…불합격사유통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입력 2021-06-05 21:18 
[사진 제공 = 연합 뉴스]

"불합격 이유를 알려주면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년차 취업준비생 최모씨.27)
"기업 나름의 인재 선발 기준이 있을텐데 취준생 편의만 봐달라고 하는 건 너무 생떼같아요." (1년차 취업준비생 김모씨. 26)
지난달 11일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채용절차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취업준비생(취준생)들 사이에 불합격 사유 통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개정안에는 구직자는 채용 불합격 사유를 구인자에 요구할 수 있고, 구인자는 14일 이내에 그 사유를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 10조에 따르면 구인자가 채용대상자를 확정한 경우 지체없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인자가 채용 여부를 알리지 않아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다. 또 불합격 고지시 불합격 사유를 알려줄 의무 또한 없다.
"불합격 사유 알아야 보완 가능"


[사진 = 독자 제공]
자신의 취업 경쟁력에 대한 피드백을 원하는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해당 개정안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대학 졸업 후 마케팅 직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최 모씨(27)는 "취준생들 사이에서도 합격·불합격 이유에 대해 각기 다른 분석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직무를 계속 지원하는 경우에는 불합격 사유를 알려주면 취준생들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24~26일 최근 1년간 구직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655명을 대상으로 '탈락사유 고지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93.2%)이 탈락 사유 고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탈락 사유 고지를 원하는 이유에 대해 '최소한의 피드백이라도 받길 희망해서(35.2%)'와 '분명한 탈락사유를 확인해야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서(27.2%)'라고 했다.
대학을 다니며 취업을 준비중인 강모씨(26) 역시 "서류 전형 피드백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엔 AI 면접 등이 추가돼서 불합격의 이유에 대해 감도 못잡겠다"며 "떨어진 이유를 알려줘야 무엇을 고칠지 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효성 있을까" "자존감 더 떨어질듯"


2일 오전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대구도시철도공사 2021년도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에서 응시생들이 2m 거리두기 한 책상에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 = 연합 뉴스]
채용 탈락자에 일일이 불합격 사유를 고지하는 게 가능하느냐, 그런 내용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느냐와 같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취업 준비 2년차 김씨(26)는 "취준생 입장에서 과외하는 것처럼 한 명 한 명 붙잡고 탈락 이유를 알려준다면 그만큼 좋은 건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 많은 지원자들의 탈락 사유를 일일이 고지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텐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불합격 사유 고지가 가뜩이나 힘든 취준생들의 자존감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 졸업 후 서류 지원 50번 중 48번 '광탈(광속 탈락의 줄임말)'을 맛봤다는 취준생 김모씨(27)는 "불합격 사유를 알려주면 자존감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역량이 뚜렷하게 부족해서 떨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더 나은 사람을 고르는 채용 과정이다 보니까 불합격 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인사 담당자 "불합격 사유 객관화 자체가 불가능"


지난 4월 12일 서울 송파구 문정비즈밸리 일자리허브센터에서 상담받는 취업준비생들.[사진 제공 = 연합 뉴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불합격 사유 고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관계자는 "취업생들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수백명 수천명이 넘는 입사지원자를 일일이 다 불합격 사유를 알려주는 건 기업 입장에서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과 큰 손해"라며 "관련 인력을 따로 뽑아할 수도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지원자를 선발하는 과정에 있어서 모든 합격 사유가 정량적으로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합격 사유 고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토익 점수가 100점 모자라다', '직무 역량에 맞는 대외 활동 000을 안했다' 등의 불합격 사유를 공지할 수 없을 뿐더러, 설사 불합격 사유를 공개가 추후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알 수 없어서다.
또 최근엔 블라인드 채용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지원자별 불합격 사유 고지는 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 등에서는 결국 사문화될 가능성을 염려했다.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불합격 사유를 객관화(수치화)해서 고지하는 자체가 일단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회사차원에서는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의미없는 답변만 지원자한테 전달되서 결국 지원자랑 기업 두쪽 모두 이득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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