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찌 맞아?" 색동옷에 고사상 차렸다…23년만 단독매장 가보니 [르포]
입력 2021-06-05 06:02  | 수정 2021-06-05 14:44

구찌가 명품이냐는 뜨거운 논쟁거리다.
3대 명품이라고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흔해 희소성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에서는 '구찌는 어디에나 있다(GUCCI EVERYWHERE)'는 조롱도 나온다. 하지만 10~20대들의 평가는 다르다. 흔하지만 강렬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5060 브랜드에서 부활한 구찌가 23년만의 한국 단독매장을 서울 한남동에 열었다.
◆ 색동저고리와 구찌의 만남


전통 문양인 색동에서 영감을 받은 구찌 스니커즈와 모자. [사진 촬영=신미진 기자]
올해 창립 100주년인 구찌는 최근 한국에 두 번째 단독 매장을 냈다. 1993년 서울 청담동 매장을 연 지 23년만이다. 장소는 용산구 한남동이다. 매장명은 '구찌 가옥(GAOK·家屋)'이다.
구찌 측은 한국 전통 주택을 의미하는 가옥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1~4층 1015㎡(약 307평) 규모의 매장은 입구부터 눈을 사로잡는다. 대형 LED 화면에는 돼지머리와 과일, 약과 등이 올려진 디지털 고사상이 차려져있다. 방문객은 직접 나만의 상도 차릴 수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퍼스널 쇼퍼가 곳곳을 안내해준다. 예약 방문 서비스도 가능한데, 이달 말까지 모두 마감된 상태다. 입장은 한정적으로 이뤄진다. 주말 대기는 보통 20팀 이상으로, 입장하는데만 1~2시간이 걸린다.
[사진 출처=구찌]
매장에서는 가방을 비롯해 패션과 신발,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은 구찌 가옥에서만 판매하는 것들이다. 예로 '구찌 홀스빗 1955 파이톤 스몰 탑 핸드백'은 한국에서만, 그것도 구찌 가옥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한국 전통 문양인 '색동'에서 영감을 받은 상품도 인기다.
색동저고리를 연상시키는 패턴을 구찌 가방과 지갑, 모자, 신발, 바이아데라 셔츠와 쇼츠 등 의류에 디자인해 화려함을 강조했다. 전세계에 단 한점 밖에 없는 1억짜리 주얼리 세트와 그릇 등 테이블웨어, 맞춤 양복, 화려한 피팅룸 등 다양한 볼거리도 갖췄다.
◆ "한국, 전세계 4위 명품시장"


전통 문양인 색동에서 영감을 받은 구찌 바이아데라 셔츠. [사진 출처=구찌]
구찌의 인기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다.
예로 구찌는 올해 초 일본에서 인기 캐릭터 도라에몽과 협업한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도쿄 긴자에 위치한 구찌 매장에는 도라에몽이 구찌백을 들고 있는 조형물도 있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로 봤을 때 '한국 구찌'를 가지고 있는 사람 비중은 얼마나 되겠나"라며 "다른 의미의 희소성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구찌 가옥. [사진 촬영=신미진 기자]
또 맥시멀리스트인 구찌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화려한 디자인이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 니즈와 맞닿았다는 분석도 있다.
미켈레는 2015년부터 구찌 총괄 CD를 맡고 있다. 구찌에게도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구찌 글로벌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10억유로(약 15조)로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전세계 4위를 차지했다.
구찌는 지난해 74억4000유로(약 10조)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약 10% 수준인 1조원의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부터는 엑소 멤버 카이와 아이유 등을 앰배서더로 발탁하고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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