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폭 넓히는 윤석열…처가 의혹 태풍의 눈 되나
입력 2021-06-05 06:02 
윤석열 전 총장.[사진제공=연합뉴스]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
잠행을 깨고 대선 행보를 시작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1일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이 정치 보폭을 넓히면서 처가 의혹도 거세지고 있다.
"가족비리 수사해야" 윤 전 총장 때리기 나선 與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씨는 요양급여 22억9000만원을 부정하게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3년을 구형 받았다. 현재 의정부지법에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최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동업자 3명과 함께 의료재단을 설립해 경기 파주시에서 요양병원 개설·운영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동업자 3명은 이미 지난 2017년 유죄가 확정됐으나 최씨는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씨가 지난 2014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병원 운영에 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책임면제각서'를 경영진으로부터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윤 전 총장은 장모 최씨 의혹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지난 2017년 무렵부터 처가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18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를 비롯해 여러 차례 장모 최씨 사기 의혹 관련 질의를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장모 의혹과 관련해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기준이 윤 전 총장의 가족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며 윤 전 총장에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누구보다 원칙을 잘 아는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의 언행이 오히려 도를 넘었다"고 정면 비판했다. 윤 전 총장 장모 최씨를 변호하는 손경식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 판단이 이뤄지는 동안 법정 밖에서 함부로 가타부타 논란을 빚는 것은 사법·재판제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만이라도 원칙을 지켜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윤 전 총장을 향한 여당의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은 대권을 향하는 공인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장모를 사랑하는 사인으로 남을 것인가 중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윤 전 총장 장모의 기소 내용을 보면 금융 사기에 가까운 혐의를 받고 있다"며 "다른 관련자 3명은 최고 4년의 징역형에 처해졌으나 윤 전 총장의 장모는 입건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 역시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나는 괜찮고, 남이 하면 안 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수사는 정당하고, 내 가족과 내 측근에 대한 의혹 수사는 공작이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말로만 공정과 정의를 외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언행이 일치된 행보를 보였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까지 가세했다. 조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이 현직에 있을 때부터 국민의힘에 가까웠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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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백넘버 2번을 달고 대선에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입당 초읽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 구하기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이 우리 당에 들어와 같이 활동하는데 부인이나 장모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면 비단주머니 3개를 드리겠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의 금낭묘계(錦囊妙計)를 빗댄 것이다. 일각에선 이 전 최고위원이 윤 전 총장을 향한 여권의 의혹을 받아칠 해법 세 가지 중 하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대응 방식을 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라디오에 함께 출연한 현근택 변호사가 "세 가지 (해법) 중에는 모방계가 있을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가 있다.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약간 비슷하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권양숙 여사 부친의 좌익 경력이 논란이 되자 "대통령이 되겠다고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맞받아친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방식과 동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것조차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채널A와 인터뷰에서 "100% 확신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자가 있으면 전적으로 도우려고 생각도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얘기인가'라는 질문에는 "맞다"고 답해 그가 대통령감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3월초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잡으려는 모양'이라고 호평한 것에 대해선 "국민의힘 대표로서 여러 정치적인 것을 감안해서 한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hj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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