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천 태릉 상암 일제 반발…주민의견 무시 8·4 대책 위기
입력 2021-06-04 17:42  | 수정 2021-06-04 20:34
경기 과천시 정부청사 유휴용지 인근에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호영 기자]
정부과천청사 앞 유휴용지에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정부 계획이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주민 의견 수렴 없이 급조한 공급대책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과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계획의 대대적인 축소나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4일 국토교통부는 "정부과천청사 유휴용지를 개발해 4000가구를 공급하는 대신 과천지구 등 대체용지를 마련해 4300가구를 공급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당초보다 많은 주택을 보다 이른 시일 내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지만 결과적으로 주민 압박에 정부가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는 예견됐던 상황이란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지난해 8월 4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은 합동으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8·4 공급대책'이다. 세금 인상과 대출 규제로 수요를 억제해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다급해진 청와대와 여당이 정부를 닦달해 부랴부랴 내놓은 정책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주민들과 소통도 없이 대책이 결정됐다는 점이 화근이었다.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인근 주민들은 "주민 의사도 묻지 않고 수천 가구 아파트 건설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어이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교통 인프라스트럭처와 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란 주장에 정부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도 주민들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여당이 먼저 꼬리를 내리니 정부는 버틸 재간이 없었고 결국 대책을 내놓은 지 10개월 만에 예정용지를 취소하게 된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천 주민들 반발이 계획 변경으로 이어지는 것을 봤으니 다른 지역 주민들도 형평성을 내세워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며 "정부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정부과천청사 개발계획이 백지화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노원구 태릉CC 인근 주민들은 "태릉CC 개발 전면 백지화를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릉CC 인근 주민 A씨는 "태릉CC 주변을 지나는 화랑로는 지금도 서울 내 혼잡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도로"라며 "1만가구를 새로 지으면서 도로는 그대로 놔둔다는 건 이 동네 주민들은 출퇴근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부면허시험장에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친 상황이다. 당초 계획했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용지와의 맞교환도 무산됐다. 마포구청은 "해당 용지에는 남북 경협시설이나 첨단 산업을 유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이다.
정부도 고민이 많다. 지금처럼 여당이 정부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는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국공유지에 주택을 짓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며 "주민 반발이 이처럼 거셀지, 여당이 이토록 쉽게 입장을 바꿀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동은 기자 / 문재용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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