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인값 조작·불법 다단계 방치하는 거래소 솎아낸다
입력 2021-06-04 17:16  | 수정 2021-06-04 20:44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거래소 심사 기준을 정하면서 다양한 투자자 보호 방안을 제시한 이유는 관련 법이 없는 상황에서 580만명이 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투자자 보호에 대한 1차 책임을 거래소에 지우고 금융위는 이를 뒤에서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관련 법이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위가 책임을 거래소에 떠넘겼다는 이중적인 평가도 나온다.
현재는 오는 9월 25일부터 적용될 특정금융정보법만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국회에는 가상화폐와 관련한 여러 법안이 올라가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새로운 방식의 투자자 보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금융위도 우선 현행법으로 최대한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한 뒤 국회에서 가상화폐 업권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번에 거래소가 신고할 때 내야 하는 필수 서류인 사업추진계획서에 신규 가상화폐 상장 절차와 기준을 담도록 했다. '신고'는 등록이나 인가보다는 느슨한 제도지만, 이 역시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 심사를 받아야 한다. '권고사항'이더라도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은 거래소들이 몇십 장짜리 백서만 보고 우후죽순 상장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이날 기준 업비트에 상장된 가상화폐는 178개지만 미국 코인베이스프로는 63개다.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5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욱 알트코인 투자로 몰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체 가상화폐 거래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로, 나머지 90% 이상이 알트코인 투자다.

또 금융위는 거래소들의 가상화폐 공시체계도 살펴본다. 재단의 허위 공시로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산 뒤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어서다. 지난 3월 업비트에 상장된 고머니2가 5조원 상당 투자를 받았다고 공시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현행법이 없는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했을 때 거래소의 대응방법도 본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가상화폐 거래 관리 방안에는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 처벌 규정이 빠졌다. 당시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 거래가 이뤄지는 가상화폐 특성 때문에 법적으로 이를 규율하기 어렵다고 봤다. 금융위는 법적 규제를 하는 대신 거래소 자율적으로 시세 조종을 막을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상화폐 관련 법안들에는 시세 조종 등 불공정행위 금지 조항이 담겨 있다. 다단계나 유사수신 등 불법행위 대응 방안도 거래소가 마련해야 한다. 최근 빗썸은 가상화폐 '젠서'가 불법 다단계 의혹에 휩싸이자 뒤늦게 거래를 종료했다.
금융위는 거래소의 최근 5년간 해킹 발생 내역과 조치 내용, 현금·코인 인출을 미루거나 거부한 적이 있는지도 들여다본다. 금융사보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해킹에 많이 노출됐다. 업비트와 빗썸은 2019년 800억원 상당 가상화폐를 해킹당한 바 있다. 비트소닉 등 일부 거래소가 아무 이유 없이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들은 서울경찰청에 비트소닉을 고소한 상황이다.
회사나 대주주·대표자·임원 등의 최근 5년간 불법행위도 검토 대상이다. 이 때문에 당장 국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최대주주 송치형 의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빗썸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도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께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거래소 등록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거래소 자체 발행 코인 매매·중개 금지 △거래소와 임직원 시세 조종 금지 △가상화폐 보관 강화 등 내용이 담긴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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