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윤희숙, 이재명 기본소득 저격 "사기입니까? 정도껏 하십시오"
입력 2021-06-04 15:27 
왼쪽부터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 사진 = MBN
윤희숙, 이재명표 기본소득 정책 연일 맹공…"어처구니가 없다"
이재명 "유승민표 공정소득 실현 가능성 없다"
기본소득 vs 공정소득 논쟁 격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의 '공정소득'과 여권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이 충돌하는 가운데 정책통으로 꼽히는 윤희숙 의원이 논쟁에 참전한 모양새입니다.

윤희숙 "이재명 지사, 알면서 사기치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 사진 = 매일경제

4일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님, 알면서 치는 사기입니까? 책은 읽어 보셨나요? 아전인수도 정도껏 하십시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지사가 자신이 주장하는 전국민 기본소득을 노벨상 수상자들도 제안했다며 자랑하셨다"면서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지사가 인용한 개발경제학자 바네르지-뒤플로 교수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이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이어 "이것을 뒤집어 본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꾸며대는 정치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며 "금방 확인가능한 문제에 대해 이 정도 거짓을 내놓을 정도면, 확인하기 쉽지 않은 다른 문제들은 오죽할까"라고 비판했습니다.

윤 의원은 "이 지사에 따르면 2019년 노벨상 수상자인 바네르지-뒤플로 교수 부부가 '모든 국민들에게 연간 백만원 정도의 소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고 하면서 2020년 '생각의힘'에서 펴낸 책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의 내용 일부를 그대로 소개했습니다. 저자들의 글을 직접 보고 판단하라는 취지입니다.

아래는 윤 의원이 인용한 책의 일부입니다.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운용할 행정역량이 부족하고 농촌기반 사회라 소득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다. 인도의 경우 상위 25%를 제외한 75% 인구에게 매년 7620 루피(430달러, ppp) 정도를 지급하면 절대 빈곤 대부분을 없앨 수 있다. 기존의 주요 복지프로그램을 모두 대체해 재원을 충당하고, 상위 25%를 제외하기 위해서는 지급방식을 번거롭게 만들어 여유있는 사람이 스스로 지원금을 타가지 않도록 설계할 수 있다.

반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돈이 필요해서만이 아니라, 일 자체가 목적의식, 소속감, 성취감, 존엄성, 자아계발 등 삶의 의미를 가꾸는 주축이다. 선진국 사회가 현재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편기본소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 근로자의 이동을 돕는 것이 핵심이다."


이재명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다선의원 중 누구 믿을까"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 블룸A홀에서 열린 경기도 '비주거용 부동산 공평과세 실현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모습 / 사진 = 매일경제

지난 2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이인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의 언론 기고문을 링크하면서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보편적 울트라(超) 기본소득제' 라 불리는 모든 국민들에게 연간 백만원 정도의 소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라는 문구를 인용했습니다.

이인석 교수는 기고에서 바네르지-뒤플로 교수의 '힘든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을 소개하면서 "우선 힘든 시대에 보편적 기본소득제는 충분히 실시해 볼 만한 좋은 정책"이라며 "단계적 접근법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실시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지사는 오늘(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본소득의 정당성을 재차 주장했습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베너지 교수와 사기성 포퓰리즘이라는 유승민 의원 모두 경제학자라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라며 "베너지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이고, 유승민 의원님은 뭘 하셨는지는 몰라도 아주 오래 국민의 선택을 받으신 다선 중진 국회의원이심을 판단에 참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에 대한 유 의원의 비판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주장을 내세워 반박한 것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 / 사진 = 매일경제

유 의원은 어제(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소득이 불평등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유 의원은 "공정소득의 원리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고소득층은 세금을 내고 저소득층은 보조금을 받는 것"이라면서 "기본소득이 불공정하고 반서민적이라는 나의 비판에 대해 이 지사는 한 번도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성장도 아니고 복지도 아닌 사기성 포퓰리즘일뿐"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를 망쳐놓더니, 이 지사는 소주성 v.2인 기본소득으로 경제를 망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상위 소득자들이 낸 세금으로 세금 안내는 하위소득자만 선별해 차별적으로 수백, 수천만 원을 그것도 일을 적게 할수록 더 많이 주자는 것이 유승민 의원님의 공정소득 같다"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몰아주자는 말은 도덕적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선사업 아닌 세금으로 시행해야 하는 현실정책으로는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어떤 책?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Good Economics for Hard Times | 저자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에스테르 뒤플로 | 역자 김승진 | 생각의힘 | 2020.05.11 / 사진 = 네이버 책 캡쳐

여야 유력 차기 대선주자의 정책 논쟁 중심에 선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은 경제학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법을 모색한 경제학 서적입니다.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부부가 썼습니다.

아브히지트 바네르지는 개발경제학 전문가로 거시경제학 분야에서 공공정책의 역할과 빈곤의 실상에 대해 연구한 인물입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일하다 MIT에서 개발경제학 관련 연구와 강의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에스테르 뒤플로는 2019년 역대 최연소이자 여성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물입니다. 1999년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MIT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는 서평에서 "'좋은 경제학'은 무언가 의문을 제기하는 현상에서 출발하고, 인간의 행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는 이론들에 대해 몇 가지 추측을 한다. 그리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추측들을 검증하고, 새로운 증거와 사실관계에 기초해 때로는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전면 수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좋은 경제학'의 사례로 살충제를 뿌린 모기장을 아프리카에 지원해 말라리아로 인한 아동 사망을 절반 이상 줄였다는 점을 제시합니다.


아울러 '나쁜 경제학'에 대해 "성장은 그저 더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되는 문제이며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은 마땅히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믿어 왔다"고 진단하면서 "이처럼 눈을 가린 경제학은 세계 전역에서 폭발하는 불평등과 사회의 균열을 외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래는 책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부유한 나라들의 경우 우리 경제학자들이 유용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이 나라들을 더 부유하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여야 한다." - 「5장 성장의 종말?」 중에서

"나쁜 사상의 영향을 막기 위해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신중하게 살피고, ‘자명해 보이는 것의 유혹에 저항하고, 기적의 약속을 의심하고, 실증 근거가 무엇인지 질문하고, 복잡성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솔직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 신동규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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