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군 중사 죽음 군이 조사?…심상정 "조삼모사, 특검 맡겨야"
입력 2021-06-02 18:05  | 수정 2021-08-31 19:05
심상정 "잘해야 솜방망이 처벌 뻔하다…특검 맡겨야"
"군에 문제해결 맡겨두었던 것이 바로 이 중사 사망의 원인"
군 "수사 결과 지켜봐달라"

성추행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와 압박으로 혼인신고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군 중사 사건과 관련한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군이 해당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이 직접 수사하고 2주간 '성폭력 피해 특별 신고기간'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그거 다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면서 "이 중사 사망 사건은 특검에 맡겨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심상정 "군 조사? 조삼모사…특검 맡겨야"


심 의원은 "사건 발생 후 3개월 동안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가해자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하는지 마는지 하다가, 여론에 계속 떠밀려 공군 군경합동조사를 한다고 했다가, 결국 국방부 검찰단 수사까지 왔는데 그래봤자 군 내부 수사 아니냐"며 군 당국의 수사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2주간 특별신고를 받기로 한 데 대해서도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면서 "잘해야 솜방망이 처벌일 테고 오히려 온갖 난도질을 당할 것이 뻔한데, 어느 피해 여군이 신고를 하겠나"라며 냉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군대 내 성폭력 사건들의 사례를 볼 때 군 수뇌부의 성인지 감수성은 제로"라며 "군에 문제해결을 맡겨두었던 것이 바로 이 중사 사망사건의 원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군사 범죄도 아닌 성폭력 사건을 왜 군에서 수사하고 군사재판을 받아야 하나"라며 "군인은 제복을 입은 시민. 인권과 시민적 권리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에 이 중사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과 군 성폭력 실태조사, 군대 내 성폭력 근절대책 마련을 위해 긴급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심 의원에 따르면 군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성폭력 사건을 겪으면서도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3년 사망한 육군 오혜란 대위는 직속상관인 소령에게 "하룻밤만 같이 자면 편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관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한 오 대위는 10개월가량 보복성 야간근무와 가혹행위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는 유서에 "저는 명예가 중요한 이 나라의 장교입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2017년 사망한 해군 A 대위는 가해자 B 대령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해주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B 대령은 정신과 치료를 빌미로 다시 접근해 두 번째 가해를 저질렀습니다. 손을 놓은 군 당국 대신 사건을 밝혀낸 A 대위의 부친은 "성폭행을 하라고 대령을 달아놨는지 나는 묻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2021년 5월 21일, 성추행에 항의했지만 부당한 압박을 받아 목숨을 끊은 공군 이 중사는 가해자 장 모 중사로부터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도움을 청한 준위는 도리어 회유와 협박으로 이 중사를 대했습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내 군 식구도 못 지키면서 무슨 나라를 지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군 인권센터 "살 수 있는 사람 죽게 만든 軍"


군 인권센터는 1일 성명에서 가해자의 즉각 구속을 촉구했습니다.

인권센터는 "성추행은 3월 2일에 벌어졌다. 피해자가 사망한 시점은 5월 말이다. 무려 3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군은 무엇을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사건이 언론에 나오고 나니 국방부장관이 나타나 호들갑을 떨며 엄정 수사를 하겠다고 머리를 숙이지만 왜 피해자가 살아있을 땐 그렇게 하지 못했나"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가해자에 대한 즉각 구속, 사건을 조작, 축소, 은폐하고자 2차 가해를 일삼은 이들과 피해자 보호에 실패한 지휘관에 대한 엄중 수사와 문책을 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사망하고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구속조차 되지 않을 경우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가해자 구속이 먼저다. 늘 그랬듯 말 잔치로 상황을 모면할 생각이라면 생각을 고쳐먹기 바란다. 살 수 있는 사람을 죽게 만든 건 군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방부 "수사 지켜봐달라"


국방부 장관은 공군 중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성폭력 사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상관의 합의 종용이나 회유, 사건 은폐 등 추가적인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군·검·경 합동 수사 T/F를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한 바 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1일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성폭력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문화와 관련된 문제이며, 특히 전우애와 군 기강 확립이 중요한 군 조직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그러면서 ▲ 성폭력 사건의 전말과 함께 사건 은폐‧회유‧합의 시도 등 조직적인 2차 가해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와 관련자에 대해 엄중히 조치할 것과 ▲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간 군 조직의 성폭력‧성희롱 사건 대응 실태와 시스템을 철저하게 재점검하고, 이에 따른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여 보고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공군은 "공군참모총장은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매우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엄정하고 강력한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 명명백백히 진실을 규명할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1일 진행된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통상 군 당국에서 이런 일이 터지면 잘 수사하고 있다고 해놓고 군사법원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나온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으로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답했습니다.

"억울한 죽음 밝혀달라" 청원 30만 돌파


자신을 사망한 이 중사의 부친으로 소개한 시민은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청원에는 2일 오후 5시 무렵 30만 명 넘는 사람이 동의했습니다. 청원인은 "공군 부대 내 지속적인 괴롭힘과 이어진 성폭력 사건을 조직 내 무마, 은폐, 압박, 합의 종용, 묵살, 피해자 보호 미조치로 인한 우리 딸(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최고 지휘관과 말단 간부까지 성폭력 피해자인 제 딸(공군중사)에게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인 메뉴얼을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정식 절차라는 핑계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한 책임자 모두를 조사해 처벌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중사는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남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신동규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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