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인구 절벽의 비극
입력 2021-06-01 20:14  | 수정 2021-06-01 20:47
'참 이상하지. 애들 소리가 없는 세상.'

전 세계 여성이 임신 능력을 상실한 가상 상황에서 '생명의 존엄'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진 영화 '칠드런 오브 맨'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죠. 유엔인구기금이 발간한 '2021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와 같은 1.1명, 198개국 중 꼴찌입니다. 우리 통계청에 따르면 출산율이 0.84명, 한 명도 안 됩니다.

지난해엔 '인구 데드크로스',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섰습니다. 15세에서 64세 사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노동력 감소와 경제 및 국력 위축 등 국가의 성장 잠재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건 결혼 적령기인 20대에서, 앞으로 결혼을 안 하겠다는 비혼과 무자녀 희망자가 절반을 넘는다는 겁니다. 인구 감소의 위기감은 세계 최대 인구보유국인 중국도 움직였습니다. 한 자녀에서 두 자녀, 이번엔 세 자녀까지 출산을 허용하기로 했거든요.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 추세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2100년쯤엔 총인구가 1,650만 명대로 쪼그라들고 2300년쯤이면 100만 명도 안 돼 사실상 국가가 소멸됩니다.

작가 조남주는 '82년생 김지영'에서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라고 절규합니다.

과거에는 독박 육아가 저출산의 주요 요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내 집 마련에, 육아, 교육환경에 대한 불안감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비혼과 무자녀로 밀려나고 있지요.


과연 우리의 20, 30대가 정부의 대책을 믿고 결혼해 마음 편하게 애를 낳는 시기는 언제쯤 올까요. 아니 그때가 오긴 올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인구 절벽의 비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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