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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로 대마값 받아 챙긴 꾼들…코인지갑 쪼개 돈세탁까지
입력 2021-06-01 17:52  | 수정 2021-06-01 21:00
◆ 악용되는 가상화폐 ◆
지난 1년간 검거된 마약사범 중 20%가 가상화폐로 마약을 판매하는 등 가상화폐가 마약, 탈세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의 주역인 20·30대가 관련 범죄에도 함께 연루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국내에서 대마를 재배하거나 외국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한 뒤 다크웹(일반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는 웹사이트)과 가상화폐로 유통·판매한 4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가상화폐를 송금해 마약류를 매수·투약한 472명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5월까지 약 1년간 수사해 총 521명을 검거했다"며 "다크웹·가상화폐를 이용한 마약사범은 같은 기간(2020년 5월~2021년 4월) 서울청이 검거한 전체 마약사범(2658명) 중 19.6%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전체 마약사범 5명 중 1명이 가상화폐로 마약을 판매했다는 말이다.
지난 1년간 검거된 사람들을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20대가 305명, 30대가 197명으로 20·30대가 전체 중 96.3%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20·30대가 가상화폐를 마치 게임하듯 쉽게 거래하면서 불법적인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고 있어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현재 마약이 거래되고 있는 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했다"며 "20·30대는 정보 취득 능력이 뛰어난 데다 마약 복용의 유혹과 동기가 늘어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10대 청소년 또한 마약 범죄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에 검거된 마약사범의 수법을 보면 이른바 가상화폐 세탁을 통해 마약 대금을 현금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마약 구매자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 등을 검색한 뒤 채팅을 신청해 흥정을 시작한다.
구매자가 거래를 결정하면 대금 지불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통해 이뤄진다. 판매자는 지정한 코인 지갑에 송금됐는지를 확인하고 구매자가 가져갈 수 있는 곳에 마약을 '던지기'한다. 판매자는 이후 최초에 어떤 사람에게 가상화폐를 받았는지 파악하기 어렵도록 이른바 '코인 믹싱(세탁)' 작업을 한 뒤 이를 현금화한다.
코인 믹싱은 코인이 지갑A에서 지갑B로 이동할 때 고유번호가 바뀐다는 점을 이용한 '가상화폐 세탁' 작업이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면 1비트코인을 다양한 비율로 쪼개 수차례 다른 지갑으로 입금한 뒤 마지막으로 인출용 지갑에 모으는 식이다. 지갑 이동 횟수만큼 고유번호가 바뀌어 이동 횟수가 늘어날수록 가장 처음의 고유번호를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마약 판매자들은 본인이 직접 믹싱 작업을 하기보다 이를 대행해주는 업체를 주로 이용한다. 가상화폐는 마약 판매 수단으로뿐만 아니라 탈세에까지 사용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25일 치과의사 B씨가 고가의 비보험 현금 매출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이를 숨기기 위해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실을 적발했다. B씨가 가상화폐에 투자한 돈은 수십억 원에 달했는데, B씨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구입한 뒤 유학 중인 자녀에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유학자금을 사용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비트코인을 전송해 불법으로 반입된 자금이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환치기 사기범들은 가상화폐 지갑 간 송금은 내역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흔적을 남기지 않아 추적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해 마약이나 탈세 등에 손을 대는 경우가 있다"며 "전문 수사 인력이 상시 단속 중이고 작년 8월부터는 '다크웹·가상자산 전문수사팀'을 운영하고 있어 반드시 수사망에 포착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진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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