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데이터M] 기후변화의 습격② 내렸다 하면 물폭탄…하수 처리용량 넘어섰다
입력 2021-05-26 19:32  | 수정 2021-05-27 09:56
【 앵커멘트 】
MBN이 준비한 '한반도, 기후변화의 습격' 두 번째 시간입니다.
저희 데이터취재팀이 지난 50년간의 날씨 데이터를 분석해봤더니 여름철 강수일수는 7% 늘었는데 강수량은 72%가 늘었습니다.
그만큼 내렸다 하면 폭우라는 얘기죠.
그런데 대비는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을까요?
데이터M, 민경영, 강영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2018년 9월 1일 제주 서귀포를 촬영한 영상입니다.

당시 서귀포 일대에는 시간당 약 121mm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기상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 기록입니다.


하지만, 강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2시간에 180mm가 넘는 비를 뿌리곤 뚝 그쳤습니다.

최근 이런 기습 호우가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MBN데이터취재팀이 한반도 기후 변화의 모습을 데이터로 포착해봤습니다.

위 그래프는 지난 50년 동안 전국의 여름철 강수량, 아래 그래프는 강수일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 여기서 그래프의 장기적인 방향을 보기 위해 추세선을 그어보겠습니다.

양쪽 모두 우상향하고 있지만, 그래프의 기울기가 다르죠.

강수량 쪽이 4배 더 가파른데요.

이에 따르면 지난 50년 간 여름철 강수일수는 7%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강수량은 72% 급증했습니다.

같은 시간 기준으로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 셈이죠.

이는 50년 전보다 1도 가까이 상승한 여름철 기온과 관련 있습니다.

공기 중 온도가 올라가면서 구름이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급증하고, 아열대 기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짧고, 잦고, 강한 비로 연결되는 원리입니다.

실제로 전국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에서 2010년 이후 시간당 최고 강수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점점 뚜렷해지는 한반도 기후 변화, 전문가들은 본격적으로 이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요?

▶ 인터뷰 : 권현한 / 세종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하수관로를 통해서 하천으로 물이 방류되기 때문에 하수관로의 시설규모의 적절성이 결과적으로 도시 침수의 주요 영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서울의 한 빗물 펌프장입니다.

폭우가 내릴 때 하수도가 빗물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면 이를 한강으로 퍼내는 역할을 합니다.

▶ 스탠딩 : 강영호 / 기자
-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늘면서 이와 같은 하수시설의 확대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1년 강남역 침수 등을 겪으며 하수시설의 최대 수용 용량을 시간당 95mm까지 늘렸습니다.

사실,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부쩍 잦아진 폭우에 대비해, 최근 30년간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방재성능목표'라는 걸 세웠습니다.

문제는 이중 상당수가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전국 95개 지역을 조사했더니 41%가량이 최근 수년간 '방재성능목표'를 넘어서는 폭우가 내렸습니다.

경북 울진은 지난 2019년 10월, 태풍으로 시간당 104.5mm의 폭우가 내렸지만, 하수시설의 처리 용량은 60mm에 불과했고, 4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습니다.

▶ 인터뷰(☎) : 지자체 관계자
- "(방재 성능을) 수치상으로 올린다는 게 그만큼 예산이 수반돼야 하거든요. 재정자립도라든가 이런 게 다 중앙부처 의존도가 높지 않습니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맞게 하수시설 전반을 재정비하는 한편, 저지대와 같은 침수취약지역의 대피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데이터M이었습니다.
[ businessmin@naver.com ]
[ nathaniel@mbn.co.kr ]

영상취재 : 구민회·김현우 기자
영상편집 : 김민지
그래픽 :최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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