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결백" 주장했으나 사형…사망 4년 후 밝혀진 무죄
입력 2021-05-24 09:34  | 수정 2021-08-22 10:05
사형 집행 4년 후 드러난 진범 DNA
美, 사형제도 찬반 논란 '활활'

미국에서 이미 사형된 남성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4년 만에 나오면서 사형제도 찬반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난 결백하다" 유언…4년 후 드러난 진범의 DNA

현지 시각으로 지난 22일 CNN, NBC 등 외신은 이웃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2017년 4월 20일 사형이 집행된 레델 리(사망 당시 51살)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지난달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리 씨는 1993년 이웃집에 살던 26살의 데브라 리즈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뒤 1995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리는 재판이 시작된 후 줄곧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사건 현장 인근에서 리를 보았다는 이웃 주민들의 목격담을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사형제도를 부활한 것에 발맞춰 아칸소주도 12년 만에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당시 아칸소주는 사형 집행에 사용되는 주사 약물 미다졸람의 유효 기간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4월 20일부터 약 열흘간 8명을 잇따라 사형시켰습니다.

당시 리 측의 변호인단은 증거품에 대한 DNA 검사를 여러 차례 요구하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형 집행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그리고 4월 20일, 리는 "내가 남기는 마지막 말은 내가 결백한 사람이라는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고 의식을 없애는 미다졸람, 호흡을 중지시키는 브롬화 베쿠로니움 및 심정지용 염화칼륨이 포함된 치사약이 주입되면서 2분 만에 사망했습니다.

리의 죽음 후에도 그의 유족은 무죄를 밝히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유족 측 변호인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에서 다른 남성의 DNA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범행에 사용됐다는 흉기를 두고 DNA 검사를 한 결과 다른 남성의 유전물질이 발견됐다"라며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6개의 머리카락 중 5개의 DNA 검사 결과가 리가 용의자가 아니라는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미국 국가 DNA 데이터베이스에 해당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서 새롭게 등장한 DNA의 주인은 아직 오리무중인 상황입니다.

"무고한 살해" vs "합당한 처벌" 논쟁


이러한 사연이 전해지면서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활시킨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습니다.

어스틴 사라트 미국 애머스트대 법학과 교수는 "리의 사례는 사형집행을 서두르면 발생할 수 있는 비극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으며 로버트 던햄 미국 사형정보센터 이사도 "사형제도가 부활하면서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됐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것", "사형수 중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등의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2021년 기준 사형제를 실질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대부분 중동과 아시아에 집중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사형이 법률에 명시돼 있고 선고도 이루어지나 1997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실질적으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 youchea629@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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