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사일 개발' 족쇄 42년 만에 풀어…사거리 제한까지 철폐
입력 2021-05-22 11:36  | 수정 2021-05-29 12:05

한국군이 미사일 개발에 있어 '족쇄'로 작용해 온 '한미 미사일지침'이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미사일 사거리 제한까지 완전히 해제되며 미사일 주권을 회복한 한국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은 물론 군사 정찰 위성을 수시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로켓 기술도 진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점차 풀어온 '미사일 개발' 족쇄, 완전히 벗어던져

한미 미사일지침은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9년 10월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가로 미사일 최대 사거리를 180km로, 탄두중량은 500kg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우려한 미국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하면서 미사일지침에 따른 제한은 서서히 완화됐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1월 최대 사거리 제한을 300km로 늘릴 수 있게 개정됐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0월에는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800km까지 늘리는 2차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한반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두 차례의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로 하되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의 3차 개정이 이뤄졌고, 지난해 7월에는 4차 개정을 통해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했습니다.

여기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사거리 제한까지 완전히 사라지며 이제 중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해 우주로켓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중거리미사일에 집중할 듯…北전역·中내륙 사정권

한미 미사일지침이 사라지면서 한국은 사거리 800km를 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보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반도를 넘어 제주도에서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됩니다.

사거리 제한은 사라졌지만 한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보다는 사거리 1천~3천km의 중거리미사일 개발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사거리가 2천km 이상이면 중국 내륙까지도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한국군은 이미 세계 최대급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 현무-4 개발에 성공한 만큼 이론상 탄두 중량을 줄이면 단시간 내 사거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무-4는 사거리 800㎞일 때 탄두 중량은 2t, 사거리 300㎞일 때 4~5t 이상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탄두 중량을 500㎏ 이하로 줄이면 사거리가 2천㎞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에 나설 것이란 전망과 함께 강력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통해 정찰위성을 독자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中 견제' 美, 손 안 대고 코 풀까…중·러 불만 가질 수도

일각에서는 이번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가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d옵니다.

한국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하게 되면 미국은 직접 한반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고도 중국과 러시아 견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과 일본 등에 배치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 바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 간의 이번 합의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반발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 백길종 기자 / 100road@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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