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앞으로 10년…ESG와 금융주의 시간이 온다
입력 2021-05-12 17:46  | 수정 2021-05-12 20:16
2021 서울머니쇼가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이날 행사는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참석 인원 제한과 1m 거리 두기 등을 준수하며 진행됐다. 개막식에 참석한 관객들이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최고투자전략가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이충우 기자]
◆ 2021 서울머니쇼 ◆
"앞으로 10년간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관련 주식과 금융주를 자산 바구니에 담아야 합니다."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글로벌 투자 부문 최고투자전략가는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서울머니쇼' 개막식 연사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지난 10년이 빅테크 위주의 '기술주' 독무대였다면 앞으로는 금융·산업재·에너지 등 '가치주'가 다시 주도권을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경제가 재개되고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기술주 랠리가 사그라들 것으로 본다"며 "그 대신 중장기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금융주와 ESG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 주가는 꾸준히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금리 인상 우려와 인플레이션 공포가 주요국 지수를 억누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을 포함한 주요 글로벌 기업 주가는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전 세계 주요 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을 채권금리와 비교했을 때 작년만큼은 아니어도 올해 주요 기업 주가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금리가 자산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일부 주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재테크 포트폴리오에서 지역별 분산투자가 유행하고 있는데 브라이스 최고투자전략가는 미국과 영국 기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주요 기업을 보면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자사주 매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주주가치를 높이는 주식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달러가 약세를 유지하면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증시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채권은 미국 달러 채권과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 달러 국공채 등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브라이스 최고투자전략가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오더라도 이는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라며 "고령화 추세와 높은 부채 수준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주가가 빠져도 이는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단기에 그칠것…美·英 증시 비중 늘릴 기회"


스티브 브라이스 SC그룹 글로벌 투자 최고투자전략가

美금리인상 일러도 2023년
당분간 달러약세 지속되고
기업실적도 증시상승 뒷받침

아시아 증시 투자 늘리고
신흥국 하이일드채권 유망
분산투자 차원서 금 담아야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서울머니쇼 개막식에 정부와 금융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앞줄 왼쪽 둘째), 은성수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셋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둘째줄 왼쪽 다섯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둘째줄 왼쪽 여섯째), 윤종규 KB금융 회장(둘째줄 왼쪽 아홉째), 박성호 하나은행 행장(둘째줄 맨오른쪽)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머니쇼 행사장 곳곳에서 소독약을 분사하는 등 방역을 책임지는 방역 로봇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충우 기자]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며 실적 좋은 기업들의 주가 상승은 이어질 겁니다. 전기차와 사물인터넷 등 기술 혁신 분야와 재생에너지 등 환경 분야는 장기적으로 좋은 매수 기회입니다."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서울머니쇼' 개막식 연사로 나선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글로벌 투자 부문 최고투자전략가는 이같이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에 뉴욕 증시는 11일(현지시간) 크게 하락하며 출렁였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2% 넘게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브라이스 최고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하다고 봤다. 그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한때 1.8%로 급등하면서 금리가 자산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일시적 현상이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가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고령화와 높은 부채 수준, 미국 잉여생산능력을 보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이 튀어 오를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며 "2022년 인플레율은 연방준비제도 목표 수준 안에 머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러 약세도 증시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브라이스 최고투자전략가는 올 하반기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생산능력이 잉여 상태라 2023년이 돼야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며 "미 연준 역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더라도 저금리 기조를 위해 실질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데, 이는 달러 약세 요인"이라고 말했다.
기업 실적 개선도 증시가 오를 거라고 보는 이유다. 브라이스 최고투자전략가는 "현재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건 과거와 비교하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높은 밸류에이션은 긍정적인 시장 전망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컨센서스 전망치를 보면 미국이 20~25%, 유럽은 40%에 달한다. 그는 "내년에도 기업 수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 수익이 높으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내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포트폴리오에 담을 종목은 예년과 달라졌다. 지난 10년이 '기술주' 강세장이었다면 올해는 '가치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 산업재, 에너지 등이 대표적인 가치주다. SC그룹에 따르면 2007년부터 성장주 강세장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올 들어 성장주와 가치주 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브라이스 최고투자전략가는 "역전 현상이 지속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수개월 동안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외 아시아 증시 투자 비중 확대도 고려할 만하다. 브라이스 최고투자전략가는 "달러가 약세일 때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성적이 좋아진다"며 "특히 한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됐고, 반도체 공급 부족은 한국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도 향후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 △신흥국 달러 표시 채권 △아시아 시장의 달러 표시 회사채 등을 꼽았다. 브라이스 최고투자전략가는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은 선진국 경제 회복이 두드러지면서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놓을 자산"이라며 "가격은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이 매력"이라고 했다. 금 가격도 낮은 실질 금리로 중장기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는 "아직 미·중 관계 등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가 남아 있다"며 "분산 투자 차원에서 금은 좋은 자산"이라고 말했다. 향후 10년 시장을 이끌 분야는 크게 기술 혁신과 기후변화 2가지다. 기술 혁신과 관련해선 △의료기술 △전기차 △사물인터넷(IoT) 등이 투자 분야로 꼽혔다.
[특별취재팀 = 문일호 차장 / 추동훈 기자 /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 강민호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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