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동남부 주유소 기름 동나고 에너지장관은 "사재기 좀 그만"
입력 2021-05-12 11:12  | 수정 2021-05-12 14:10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한 주유소 주유기 모니터에 휘발유가 다 떨어졌다고 표시돼있다. [AFP = 연합뉴스]

미국 최대 송유관이 사이버 공격으로 마비되면서 미 동남부 지역에서 연료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주유소에서는 기름이 동나고 있으며 휘발유 가격은 6년 반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최대 연료 파이프라인이 사이버 공격으로 멈춘 가운데 연료 부족 사태를 우려한 사람들이 주유소에 몰리면서 기름이 동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콜로니얼파이프라인은 텍사스주부터 뉴저지주까지 뻗어있는 8851㎞ 길이의 송유관을 운영하고 있다. 송유관은 하루 250만 배럴에 달하는 휘발유, 디젤유 등을 미 동부 지역에 공급하며 해당 지역 석유류 공급량의 45%에 달한다.
WSJ에 따르면 이날 오후 노스캐롤라이나 한 주유소에는 차량 30대가 주유하기 위해 줄을 섰다. 주도인 롤리의 더럼 국제공항 인근 주유소에서도 기름을 넣기 위한 줄이 길에 이어졌다.

가스버디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미 전역 휘발유 수요는 일주일 전보다 약 20% 증가했다. 특히 남동부 5개주(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에서 휘발유 수요는 40%나 급증했다.
가스버디는 조지아주 전역에 있는 주유소 중 약 5%(240여개)가 11일 오후 연료가 동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전체 주유소 중 약 7.5%가 기름이 고갈됐을 것으로 봤다.
간병인 로저 호만씨는 이날 주유하기 위해 주유소 네 곳을 들렀다고 WSJ에 전했다. 그는 자신이 평소 이용하는 주유소에 전화를 걸었고 "서둘러 오라"는 말을 들었지만, 15분 후 도착했을 때 이미 기름은 동나있었다고 했다.
송유관 폐쇄가 일주일 가까이 지속되면서 휘발유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985달러로 전일 대비 약 2센트 올라 6년 반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송유관 마비의 영향권인 조지아주의 경우 휘발유 가격이 전날보다 11센트 이상 올랐으며,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경우도 약 5센트 뛰었다.
WSJ는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메모리얼 데이 주말과 여름 휴가를 즐기러 외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료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WSJ는 "이미 가전제품부터 닭고기까지 모든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연료비 급등은 소비자에게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료 대란이 발생하자 정부는 '휘발유 사재기'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석유공급이 원활하게 재개되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이라면서 "대유행 초기에 휴지를 사재기할 만한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지금 가스를 사재기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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