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진중권 "남페미? 사양…내 스탠스는 ‘논리적’인 것"
입력 2021-05-03 16:18  | 수정 2021-08-01 17:05
진중권 / 사진 = 매일경제
진중권 페미 대 안티페미 싸움 개입의사 전혀 없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자신을 ‘남페미라고 칭하는 데 대해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3일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보고 남페미라 그러는데, 솔직히 난 페미니즘이 뭔지 잘 모른다”면서 그냥 일반적인 차원에서 성평등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찬성하지만, 페미니즘에도 매우 다양한 유형들이 있기에 그 모든 흐름을 다 알지 못하고, 또 자기들끼리도 서로 부딪히는 그 모든 유형에 다 동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밝혔습니다.

페미니스트라는 명칭을 사양하는 이유로는 90년대 중반 경 내 여자친구가 나 보고 ‘너, 어디 가서 페미니스트라 하고 다니지 마. 내가 죽여버릴 거야라고 했다”며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남페미는 남성 페미니스트의 준말로 경우에 따라 부정적인 맥락에서 쓰일 때가 있습니다. 여성에 아부하며 이익을 취하려 한다거나, 페미니즘 발언권마저 남자가 빼앗아가려 한다는 차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공약의 부담이란 게 있다”며 내가 아무리 진보적으로 사유한다 해도 몸 안에 이미 다양한 차별의 코드들이 기입된 터. 입으로 페미니즘 떠들다가 그 신체 코드가 무의식 중에 표출되는 순간, '위선자'가 되기 십상”이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그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페미니스트의 편을 든다면, 논리적으로 페미 쪽의 주장이 합당하고, 안티페미의 주장들은 견적이 안 나올 정도로 형편없다는 판단에서 취하는 태도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페미 대 안티 페미 싸움에 개입할 의사는 전혀 없다”면서 그 나이에 유치하게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페미니즘을 편든다고 해서 페미니스트한테 좋은 소리 듣는 것도 아니”라면서 '이젠 젠더 의제까지 남성이 주도하려 하냐'는 비아냥이나 들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냥 내 스탠스는 '논리적'인 것으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진중권·이준석 격돌…"페미니즘에 '이대남' 이탈" vs "선동"

진 전 교수는 어제(2일) 저녁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함께 채널A의 'MZ세대, 정치를 말한다' 토론에서 페미니즘을 놓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토론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여했습니다.

보궐선거에서 야당에 몰표를 준 20대 남성의 표심과 관련해 이 전 최고위원은 현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이 영향을 끼쳤다고 봤습니다. 젠더 갈등을 부추긴 사례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2018년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 등을 들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정당이나 정부에서 형사사건에 젠더 프레임을 적용한 게 믿을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사소한 예로 정부의 페미니즘이 지나쳤다는 일반화된 결론으로 나가는 건 ‘이대남(20대 남성)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선동적 어법"이라고 지적하면서 "일반적이고 보편적 합의에서 벗어난 이준석 씨 개인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당내 입지 때문에 70%가 넘는 지지율을 얻은 게 본인 공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거 같다"고 했습니다.

토론 뒤인 오늘(3일) 새벽 4시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진 전 교수는 (이 전 최고위원은)오늘 토론에서 교훈을 좀 얻었어야 하는데 이젠 의식이 아니라 존재의 문제가 되어버려 그 수렁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듯”이라며 걍 그렇게들 살아라”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논리학이 아니라 정신분석학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아무리 논박을 해도 계속 같은 주장을 반복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이대남의 페미니즘에 대한 적개심을 강박증에서 나오는 오토마톤 현상”으로 진단하고 투셰, 즉 외상, 불안, 공포 등…그들의 실재계가 자신을 알리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어 그 외상의 원인을 제거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거늘 외려 그걸 조장하고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토마톤은 ‘자동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자동기계, 혹은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반응하거나 동작하는 제어 매커니즘을 말합니다. 프랑스 발명가 자크 드 보캉송이 만든 ‘똥 누는 기계오리가 유명합니다. 현대 컴퓨터의 모델이 된 ‘튜링머신도 오토마톤의 일종입니다. 또 ‘투셰는 프랑스어 펜싱 용어로 영어에서는 ‘한 방 먹었다 혹은 ‘내가 졌다는 의미의 관용적 표현으로 쓰입니다.

최근 일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는 영혼이 없는 기계장치의 작용에 그칠 수밖에 없을 뿐, 본질적으로는 성별을 떠나 페미니즘이 존재할 필요를 강요하는 사회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으로 보입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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