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오늘부턴 종 치고 쓰면 안 돼" 강남 뒤흔든 수상한 부정행위
입력 2021-05-01 15:38  | 수정 2021-05-02 17:56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상한 교내방송, 왜?


"자, 오늘부터 시험종 치고도 쓰는 행위는 부정행위로 간주합니다."

어제(30일), 서울 강남의 모 여고에서 시험이 시작하기 직전 교내 방송에서 흘러 나온 안내입니다.

시험 종이 치고 나면 더이상 답안을 작성하면 안 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당연한 내용을 굳이 교내 방송으로 공지한 이유가 뭘까요?

다름아닌 '시험 부정행위를 인지했기 때문'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전교 1등의 부정행위를 학교가 묻으려 한다'



어제(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남 전교 1등의 부정행위를 학교가 묻으려 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강남 한 여고에 재학 중이라는 작성자는 "고등학교 1학년 배치고사 전교 1등이 어제(29일) 중간고사 과학 시험 종 치고 나서도 서술형 답안을 2-30초간 써서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고등학교 뿐 아니라 중학교 때부터 시험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 펜 놓고 손을 머리 위에 놓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어길 시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0점 처리한다"며 "이러한 내용이 (학교에서 배부한) 가정통신문에도 나와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글을 올리기 무섭게 글쓴이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이들의 댓글이 속속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나는 학원을 많이 다니는데 돈도 시간도 감정도 소모되는 느낌이고, 내가 공부한 것이 물거품이 되는 느낌"이라며 함께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제 2의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 우려도


사진 = '디스쿨' 캡처

논란이 번지며 대치동 학원 정보를 공유하는 강남·서초·송파 학부모 커뮤니티 '디스쿨'에서도 학교 측 대처에 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커뮤니티는 2018년 숙명여고 성적 조작 논란을 처음 확산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바 있습니다.

당시 해당 여고의 교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한 학부모는 어제 글을 올려 "금요일 시험이 시작하기 전, '오늘(금요일)부터 시험 종 치고 쓰는 행위는 부정행위'라는 방송이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정행위가 있었던 날엔 종료벨이 울린 뒤 답안을 작성했던 것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으면서 다음날에야 '시험 종이 치고 나면 더 이상 답안을 작성해선 안 된다'는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는 겁니다.

해당 학부모는 "(29일 부정행위 사건이 있은 후) 학교에서 원만히 해결을 잘 해주실 것이라 생각해 가만히 있었는데 말이 되느냐"며 "심지어 학교에 전화하면 그 문제에 대해 회피하려고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학부모들 역시 "우리 아이는 다 아는 이야기를 왜 굳이 방송으로 하는지 의아했다는데, 이제서야 배경을 알고 지금 허탈해한다", "내신이 최고인 입시에 다들 피말리며 있는 걸 모르냐"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사진 = '디스쿨' 캡처

일명 '강남 8학군' 명문고들이 즐비한 강남에선 한 문제 차이로 내신 등급이 갈립니다.

특히, 일부 학교의 경우 내신 등급에 따라 심화반을 편성하는 경우가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합니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점점 거세지고 논란이 확산되며 '제 2의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이상은 디지털뉴스부 기자 / leestellaaz@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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