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포커스M] 친구 끊기고 대화 사라지는 '심야 노동'
입력 2021-04-30 19:20  | 수정 2021-05-01 11:36
【 앵커멘트 】
내일(1일)은 근로자의 날입니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심야 노동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짚어 봤습니다.
밤새 혼자 일을 해야 하고, 낮에도 가족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심야 노동자들이 우리 주변엔 많습니다.
심야 노동자들이 겪는 고립과 단절을 정태진, 이권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늦은 밤 학교에서 혼자 일하는 김수열 씨.

오후 4시에 학교로 출근해 교사와 학생이 모두 떠나고 없는 학교에서 밤새 일을 합니다.

학교 당직 노동자로 근무하며 복도와 계단을 순찰하고,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합니다.


▶ 스탠딩 : 정태진 / 기자
- "지금은 밤 8시를 넘긴 시간입니다. 학교 당직 노동자인 김수열 씨는 지금부터 다음 날 아침 8시 30분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혼자 일을 해야 합니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이 5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외로움엔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짬을 내 가족들과 통화를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 봅니다.

▶ 인터뷰 : 김수열 / 학교 심야 당직 노동자
- "뭐해? 아이고 혼자 있으려니까 죽겠어. 심심하고 답답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 인터뷰 : 김수열 / 학교 심야 당직 노동자
- "대화할 사람도 없고 일단은 천장 보고 CCTV 보고 화재경보기 보고 하면 멍해서 우울감을 굉장히 많이 느끼고요."


▶ 스탠딩 : 이권열 / 기자
- "야간 근무자들은 낮에도 잠을 자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도 단절되고,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편집중국에서 소포 분류 업무를 하는 이중원 씨와 박창근 씨.

밤샘 업무 경력이 각각 10년, 1년 4개월입니다.

심야 노동을 하다 보니 만날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친구와 만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직장인의 소소한 행복은 심야 노동자들에게는 사치입니다.

▶ 인터뷰 : 박창근 / 동서울우편집중국 근무
- "제 또래 만나서 저녁에 한번 만나서, '아 요즘 많이 힘들어 물량이 많아서 힘들어' 이렇게 (말)하는 게 최고 좋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럴 기회가 별로 없으니까."

맞벌이 가정의 경우 가족과의 대화도 거의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이중원 / 동서울우편집중국 근무
- "완전히 생활이 바뀌니까 평일은 유일하게 아내랑 30분…. 출퇴근 시간이 교차하니까 30분에서 1시간 정도 (대화를 합니다)."

심야 노동은 단순히 근무 시간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가 따라오는 노동입니다.

우리 사회가 그 스트레스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 근로자의 날을 맞이하는 심야 노동자들의 바람입니다.

포커스M이었습니다.

[ 정태진 기자 / jtj@mbn.co.kr ]
[ 이권열 기자 / 2kwon@mbn.co.kr ]

영상취재 : 이권열 기자
김현우 기자
정재우 VJ
영상편집 : 이주호
그래픽 : 최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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