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아 혈우병 '간편 주사' 놔두고 '고통 큰' 정맥 주사 고집
입력 2021-04-28 19:20  | 수정 2021-04-28 20:52
【 앵커멘트 】
피가 잘 멈추지 않는 혈우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극심한 고통이 따르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최근 고통을 줄여주는 치료법이 나왔는데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강대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선천성 혈우병을 앓고 있는 3살 시환이는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를 사용한 뒤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됐습니다.

의자에 앉아만 있어도 멍이 들고, 자다가 생긴 출혈로 이불을 적시던 과거와 달리, 일상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헴리브라 급여화에 조건을 달면서 약을 더 이상 처방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 인터뷰 : 배한애 / 혈우병 환아 어머니
- "목숨과도 같은 약을 끊어버린다고 하니 저희는 지금 밤에 잠도 못 자고 새벽에 깨서 벌떡벌떡 일어나는데…."

심평원이 내건 조건은 12세 미만 소아는 ITI라는 또 다른 치료법을 먼저 시도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정맥에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하다 보니, 혈관이 발달하지 않은 소아에겐 고통의 연속입니다.

▶ 인터뷰(☎) : ITI 치료 환아 어머니
- "손등, 발등, 팔 안쪽 찌를 수 있는 데는 다 찔러봤던 것 같아요. 13번째 정도 찔렀을 때 아기가 입술이 퍼레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산소마스크를 씌워주시고…."

전문가들은 고통스러운 ITI 치료를 꼭 먼저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 인터뷰 : 한승민 / 연세암병원 소아혈액종양과 교수
- "세계혈우연맹 가이드라인에서도 (ITI를) 헴리브라 쓰기 전에 꼭 해야 한다든지 가이드라인이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건 없습니다."

하지만, 심평원은 항체가 생긴 지 5년이 안 된 상태, 즉 어린이일 때는 ITI가 권장된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고 있습니다.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하자, 심평원은 뒤늦게 급여 기준을 바꿀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N뉴스 강대엽입니다. [rentbi@mbn.co.kr]

영상취재 : 김영호·변성중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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