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펀드의 불완전 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 내부통제'를 당국의 법적 제재가 아닌 금융사의 자체 규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금융업계 주장이 나왔다. 판매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 문제를 놓고 금융당국과 증권사 간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업계는 금융산업이 발전한 미국·영국처럼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내부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8일 박동필 금융투자협회 법무지원부장은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정책 세미나에서 금융사의 내부통제는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 '합리적인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동필 부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강조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일종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면서 "회사의 내부통제 의무 위반을 법적 의무 위반과 마찬가지로 처리해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의회입법 원칙과 다르다"고 말했다. 내부통제 위반에 대해 제재적 행정처분을 할 수는 있지만 의회가 만든 법령이 아닌 회사 내부통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적 권리·의무를 제재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법을 보면 CEO의 관리감독 책임 규정이 모호한 반면 미국은 경영진에게 이상상황 탐지와 적극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정준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유독 한국 금융사 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규제만 담음으로써 효율적 구축과 운영보다는 내부통제 세부 내용에만 주력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동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검사와 제재권을 금융당국이 어떤 형태로 어떻게 써야할지 그러기 위해서 법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올해 3분기에 업계 등 의견 수렴 거쳐서 개선 방안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가장 바람직한 것은 금융사가 고객보호와 자사 가치 제고를 위해 CEO나 부행장들이 내부 통제를 균형있게 활용하는 것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예를 들어 고객들이 몇천 억원씩 피해를 입는 상황이라면 판매사 역시 패널티를 부담해 책임을 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고가 나거나 금융사 건전성이 훼손되면, 누구에 의해서든 패널티가 부과될 수 있는 구조가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한국 금융제도와 미국 제도 차이를 지적했다. 강경훈 교수는 "미국식 내부통제도 필요하지만 한국은 금융사고가 생기는 경우 미국에서 처럼 집단소송이 자리 잡혔다거나 아니면 금융사를 문 닫게 하는 제도가 없다"고 언급했다.
지난 해 이후 불거진 라임·옵티버스 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주요 금융회사가 고위험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를 소홀히 마련했기 때문에 금융기업 지배구조법에 근거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사들은 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규정의 범위가 모호한 상황에서 이 규정을 근거로 CEO까지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와 당국 간 미묘한 입장 차이를 확인한 가운데 이날 대표 발표에 나선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부통제의 준수 의무와 활용 수단, 감독자 책임 관련해서 미국 등 주요국과 한국 간 차이가 다소 있으며 한국 규제 강도가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내부 통제는 실제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율적인 인센티브 차원에서 다듬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