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대에게 투자는 생활 속 문화"…신문스터디·유튜브로 주식 배운다 [스물스물]
입력 2021-04-28 14:12 
동국대 금융투자동아리 RICH 회원들 [사진 제공 = RICH]

"20대가 현실에 좌절하고 계층 이동을 위해 투자한다는 건 과한 해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계층 이동씩이나 꿈꾸려면 그에 맞는 인풋(Input)도 필요한데, 제 또래 학생들은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잖아요."
동국대학교 금융투자동아리 리치(RICH) 회장 이재혁 씨(26·경영학과 15학번)는 20대 주식투자 열풍의 원인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초에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진입장벽은 낮아지면서 투자가 전보다 생활화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리치에도 단타 거래 위주의 '주식 덕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안정적인 자산관리를 원하는 비전공자들이 50%를 넘는다고 했다.
2005년 창립한 리치는 올해로 17년차다. 그럼에도 지난달에는 동아리 역사상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10명 정도를 뽑아 소수정예로 운영하는 동아리에 50명 가까이 몰려 선발 인원을 19명으로 늘려야 했을 정도다. 예년보다 지원률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지원자의 면면도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권 진출을 꿈꾸는 고학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올해에는 산업시스템공학과 등 비금융 전공 신입생들도 30% 이상을 차지한다.
유튜브 등 정보 창구가 다양해진 것도 주식투자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예전에는 서점에서 책을 사서 주식을 공부하다가 포기하기 일쑤였다면 유튜브는 알아서 어려운 부분을 유튜버가 설명해준다"며 "유튜브가 주식투자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치의 동아리원 다수는 슈카월드·삼프로·신사임당 등 유명 유튜버들을 통해서 재테크와 실물경제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리치는 스터디와 세미나를 통해 투자에 필요한 분석력을 키우고 있다. 아침 8시부터 주식시장이 열리는 9시까지 경제신문 기반 스터디를 하고, 매주 토요일마다 4시간씩 세미나를 진행하는 식이다. 세미나는 각 조별로 리포트를 준비해 발표까지 한다. 취미삼아 모이는 동아리치고는 강행군인 셈이다. 이 씨는 "동아리에 들어올 때 전공수업을 두 개씩 듣는다고 각오하라고 안내한다"며 "그러다보니 소수정예일 수밖에 없지만 최근에는 그걸 감내하고서라도 배우려는 열정적인 학우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리치는 자체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리서치 중심으로 활동한다. 대형주·소형주·매크로·해외주식 총 네 개의 팀으로 나뉘어져 있다. 대형주팀과 소형주팀은 각각 대기업군을 분석하고 숨은 종목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매크로팀은 증권사 리포트 등을 참고해서 거시경제를 분석한다. 해외주식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해외주식팀은 올해 신설됐다. 정기 세미나에서 발표를 잘 한 팀에는 투표를 통해 소액의 투자금을 지원하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상시적으로 '실전투자정보방'을 통해 관심사와 정보를 교류하는 것도 강점이다. 공대생 학우가 올려주는 정보를 통해 핀테크나 반도체 정보를 꾸준히 습득하는 방식이다. 이런 교류 덕분에 리치 구성원들의 스펙트럼도 나스닥이나 해외 ETF, 가상화폐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리치에서도 ESG 경영이 화두다. 이씨는 "블랙록이나 유명 헤지펀드, 금융사에서 ESG 경영을 강조하는 걸 보면서 본격적으로 많이 공부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최근 기업들은 이 세가지 요소를 의사결정의 핵심 요소로 두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추세다. 재무적인 실적 수치 외에도 비재무적인 영역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떠올랐다.
리치는 전국대학생투자동아리연합회 UIC(University student Investment Club)에도 가입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서울시립대의 학술제에 참여해서 기업분석자료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활동도 한 바 있다. 이씨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히기 위한 외부 교류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의 투자가 단순히 돈을 불리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씨는 "지난해 주식시장의 변동은 기업 자체의 가치가 변했다기보단 사회·경제·문화 등 외부 요인의 변화 때문이었다"며 "세상의 흐름에 관심을 갖고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증권시장을 분석하는 것이 지름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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