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여정 수상소감 '오역' 확산…말한 적 없는 '잔소리' 왜?
입력 2021-04-27 16:13  | 수정 2021-04-27 16:23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의 수상소감이 연일 화제입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윤 배우가 '쇼스틸러'라며 '수상소감상'을 따로 줘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발언 가운데 국내 언론에 "나가서 일하라는 아들들의 잔소리 덕에 상을 타게 됐다"는 취지로 소개된 내용이 있습니다.

시상식장에서 윤 배우가 했던 발언을 영어로 그대로 옮겨보면 "Id like to thanks to my two boys who made me go out and work."입니다. 직역하면 "제가 나가서 일하도록 만든 저의 두 소년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정도로 해석됩니다.

구글 번역기에서 해당 문장은 "나가서 일하게 해주신 두 아들에게 감사드립니다"로, 파파고에서는 "저는 저를 나가서 일하게 해준 두 명의 아들들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로 해석됩니다.


'잔소리'라는 뜻의 영어단어는 '내그(nag)'나 '스콜드(scold)' 등인데, 윤 배우의 수상소감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 하나 미국 언론들이 주목한 윤 배우의 발언은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This is the result because mommy worked so hard)" 였습니다.

윤 배우가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스로 "쌀독에 쌀이 있던 때보다 떨어졌던 때가 더 많았다"고 회고할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아들들 잔소리 때문에 일하러 나갔다기 보다는, 아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연기라는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던 자신의 삶을 응축한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제가 나가서 일하도록 한 두 아들에게 감사합니다.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1980년대, '이혼녀'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젊은 나이에 홀로 두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의 말입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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