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쿠팡이 쉽게 갔다고?…'화려한 데뷔' 뒤엔 치밀한 준비
입력 2021-04-26 17:48  | 수정 2021-04-26 19:52
◆ 韓기업들 美상장 채비 ◆
미국 시장을 택한 국내 유니콘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고무적이지만 '쿠팡 따라 미국 간다'는 식의 접근은 적절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쿠팡의 성공적인 데뷔 이면에는 철두철미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 상장 시 감내해야 할 비용과 위험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결국 각 사의 상황과 여건에 맞춰 미국 상장 가능성을 헤아려야 한다는 얘기다.
쿠팡 상장 실무를 맡은 주관사단에서는 공모 흥행 요인으로 치밀한 준비를 꼽는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로드쇼(NDR)를 통해 현지 투자자들의 관심사를 분석했다.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지 않는 만큼 비즈니스 모델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빛을 발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현지 투자자들과 불편함 없이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투자자들의 돌발성 질문에도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영어 구사력이 탁월하다. 한국 최고경영자(CEO)가 통역 없이 로드쇼를 직접 소화한 것은 쿠팡이 사실상 처음이었다. 한 주관사단 관계자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진행되는 로드쇼는 국내에 비해 질의응답 시간이 압도적으로 긴 편"이라며 "김 의장은 이런 방식의 로드쇼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장 시 수반되는 비용도 고려 사항이다. 당장 상장 유지비부터 부담 요인이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상장 기업 한 곳에 매년 5만~6만달러의 유지비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부과금은 연 120만~5000만원이며 시가총액에 따라 부과금을 차등화했다. 나스닥의 상장 유지비는 발행 주식 수에 따라 4만4000~7만9000달러인 반면 코스닥시장의 연 부과금은 200만원을 밑돈다. 상장 등록비와 주관사, 자문사 선임 등의 비용까지 감안하면 간극은 더욱 커진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야놀자' 공모금액을 5000억~1조원으로 가정했을 때 국내 상장 비용은 100억~120억원, 뉴욕 상장 비용은 600억~1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자체 예상치를 내놓기도 했다.
상장 이후 위험 요인도 헤아려야 할 변수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쿠팡이 뉴욕에 입성했다는 것만으로 부족한 기업이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미국을 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비용 부담과 뒤따르는 위험이 큰 만큼 회사 상황에 맞춰 합리적으로 상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쿠팡 주가는 주당 45.56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상장날 종가(49.25달러) 대비 7.5%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쿠팡 시초가는 상장 당일 공모가(35달러) 대비 41% 오른 49.25달러였으며 15일엔 50.45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지난 21일까진 40달러대까지 하락했으나 현재는 다시 오르는 추세다.
[강우석 기자 /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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