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400억 부동산 투기한 26개 '무늬만 농업법인' 덜미 잡혔다
입력 2021-04-26 15:36  | 수정 2021-04-26 16:24
경기도청 전경 [사진 = 경기도]

농지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농업법인 26곳이 경기도에 적발됐다.
이들은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이용해 농지를 거래하는 수법으로 1400억 원의 부당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허위로 농지를 사고 되팔아 부당 이득을 취한 농업법인 26곳을 적발해 공소시효가 지난 1곳을 제외한 25곳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경기도는 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전국을 강타하자 2013년 이후 경기주택도시공사 개발 사업 6개 지구(광명 학온, 성남 금토, 용인플랫폼시티, 안양 인덕원, 안양 관양고, 평택 현덕지구)와 3기 신도시 개발지구(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안산 장상, 광명 시흥, 과천 과천, 부천 대장), 이 일대 농지를 취득한 67개 농업법인의 농지취득 과정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26개 농업법인은 농지를 취득한 뒤 영농행위를 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필지를 쪼개 일반인에게 되파는 수법으로 막대한 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A법인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농지와 임야 28만5000㎡를 구입하면서 농지 16만7000㎡에 대한 농업취득자격증명을 받았다. 그러나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날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1267명에게 작게는 16㎡, 많게는 3990㎡를 쪼개 팔아 3년 동안 503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A법인은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발급으로 2016년 8월 4일 고발된 이후에도 77차례에 걸쳐 농지를 쪼개파는 대범함을 보였다.
B법인은 경기도 9개 시군에서 같은 수법으로 농지를 거래해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농지·임야 등 44개 필지(43만221㎡)를 취득한 후 437명에게 0.5㎡~1650㎡를 분할 판매해 67억93000만원을 벌어들였다. B법인은 2018년 7월 12일 고발됐지만 지난해까지 농지거래를 지속했다.
김종구 경기도 반부패조사단 부단장은 "26개 농업법인이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으로 13개 개발사업지구 일대에서 구입한 농지만 89필지 6만4601㎡에 달한다"면서 "이를 634명에게 되팔아 243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도 전역으로 조사를 확대한 결과 26개 법인이 쪼개 팔기 위해 구입한 토지는 431필지 60만389㎡로 축구경기장 약 60개 넓이 였다"면서 "부당이득만 1397억 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은 영농을 위해 구입하는 경우만 1000㎡ 이상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농업인이 아닌 일반인은 주말체험농장 목적으로 1000㎡ 미만 농지만 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농지 취득자는 예외없이 관할 읍·면·동사무소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 농사를 지어야 한다. 경기도는 "농지법 등 관련 법령이나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훼손되고 농지가 부동산투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관련 부서에 감사 내용을 통보한 뒤 근본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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