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투자자 94% 쏠린 알트코인 뭐길래…위험성은?
입력 2021-04-22 15:49  | 수정 2021-04-29 16:05
한 번 뜨거워진 한국의 가상화폐 투자 시장이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해외와 달리 이제 한국 가상화폐 시장에서 세계 최초이자 최대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더 이상 메인이 아닙니다. 한국의 가상화폐 투자예탁금은 지난 2월 말 기준 약 4조6200억 원으로 1년 전의 6배로 불어났지만 90% 이상이 비토코인 외의 코인, 즉 알트코인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알트코인 '일확천금' 노리는 한국…폭락 우려도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여전히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 시가총액의 약 51%, 거래량의 30%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비트코인 비율이 6%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4%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코인, 알트코인 투자입니다.

21일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과 우리나라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분석한 결과 수익률이 높은 알트코인일수록 원화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만에 541%나 뛴 '도지코인'의 경우 이날 낮 12시 기준 최근 24시간 거래량이 29조3398억 원 가운데 우리나라 4대 거래소 거래량의 비중이 19.3%(5조6702억 원)에 달했습니다.

한 달 수익률 187%를 기록한 비체인의 경우 전체 거래량 3조4417억 원 가운데 41.7%가 4대 거래소에서 발생했습니다. 수익률 169%인 퀀텀은 전체 거래량의 39.6%, 수익률 170%인 리플은 전체 거래량의 21%(3조4877억 원)가 우리나라 거래소에서 이뤄졌습니다.

비트코인과 소위 '메이저' 알트코인으로 불리는 이더리움의 전체 거래량 가운데 우리나라 4대 거래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8%, 1.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입니다.

원화 거래만 이뤄지는 이른바 '한국 코인'의 거래량도 웬만한 글로벌 알트코인 수준입니다. 예컨대 블록체인 헬스케어 업체가 발행한 '메이블록'은 21일 오후 6시 기준 최근 24시간 거래량이 약 4900억 원어치에 달했고, 다날핀테크가 발행한 페이코인 거래량은 약 494억 원어치로 집계됐습니다.


이처럼 한 달에 수백 퍼센트(%)에 이르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언제든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리고 그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도지코인은 21일 오후 6시 30분 현재 411원입니다. 지난 19일 역대 최고가였던 575원보다 28.5%나 떨어졌습니다. 뒤늦게 고점에 들어갔다가 물린 투자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우후죽순' 가상화폐…"인터넷 카페 개설하듯 쉬워"

가상 화폐가 이처럼 무더기로 생겨나는 건 만들기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쏟아지는 가상 화폐는 대부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대표적 가상화폐를 복제하는 식으로 만듭니다.

블록체인 송금 시스템을 완비한 기존 가상화폐에 일부 기능을 덧붙여 다른 이름으로 출시하는 것입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요즘은 프로그램 코드 몇 불이면 바로 발행이 가능하다"며 "인터넷 카페 개설하듯이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가상화폐 가운데 옥석을 구분하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가상화폐 발행 업체가 공개하는 백서에 의존하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백서는 가상 화폐의 기술적 배경, 용도, 발행량,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한 문서입니다. 예컨대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A4 용지 9장 분량의 백서를 만들었고, 이더리움은 36장 분량의 백서에 개발 원리와 철학을 정교하게 담았습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백서에서 "금융·부동산 계약을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체결하는 스마트 계약을 도입하기 위해 이더리움을 만들었다"고 설명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알트코인들이 모두 저마다의 철학과 원칙, 목적을 갖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4차 산업혁명' 같은 허울 좋은 단어를 짜깁기한 백서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많은 알트코인이 실현 불가능한 계획을 백서에 써놓고 돈놀이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라"…규제 사각지대 여전

가상화폐 거품이 터졌을 때 피해가 두려운 이유는 정부가 관련 법과 규제가 없다는 핑계로 가상화폐 시장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상화폐 관련 정부 대응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 무려 10개 부처가 협의체 형식으로 회의를 통해 마련됩니다. 한 부처가 키를 잡고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대응 방식이 부처별로 분산돼 책임 있는 정책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도박, 자산, 금융자산, 화폐의 4단계 가운데 현재 자산으로 바라본다는 입장입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은 과거 '불법'과 '도박'에서 현재 '자산'으로 끌어올려진 상태지만 여전히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가상화폐를 금융당국이 아닌 모든 유관부처가 합동으로 다루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가상화폐 투자자가 250만 명에 달하고, 시중에서는 사실상 이를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만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고 관련기관은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감원의 감독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도 "가상화폐는 FIU에서 자금세탁 등 불법 의심 거래 중심으로만 살피고 있지, 그 외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다"는 입장입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자본시장법이 규정하고 있는 시세 조종, 부정 거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각종 불공정 거래 행위가 가상화폐 시장에서 성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 거래 행위에 대해서만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 근거가 애매한 상황입니다.

전문간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법제화와 감독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합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는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보여 화폐로 보기는 어렵지만 '자산'의 성격을 띠는 것은 분명하다"며 "불투명한 거래에 이용되지 않도록 감독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 백길종 디지털뉴스부 기자 / 100road@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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