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트코인으로 인생역전"…기대감에 버티는 '영끌 2030'
입력 2021-04-22 08:43  | 수정 2021-04-29 09:05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큰 등락폭을 거듭하며 요동치고 있습니다. 수백만 원이 오르내리는 것은 예사고, 하루 새 1000만원씩 폭락하기도 합니다. 등락이 반복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는 투자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 입을 모읍니다.

마약처럼 빠져드는 투자에서 손을 떼려해도 쉽지 않습니다. 설마했던 비트코인 개당 1억 원이 가능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저항선이라 여겨졌던 5000만 원은 이미 두 달 전 넘어섰습니다. 최근에는 8000만 원도 돌파했습니다. 비트코인 1억 원 낙관론이 다시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면 2018년 한차례 대폭락을 겪은 투자자들은 이번 질주가 한순간에 꺾일 수 있다고 염려합니다.

지난달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지금은 하지 않는 직장인 39살 양모 씨는 "주식은 공부한 만큼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지만, 가상화폐는 이유 없이 상승하고 하락한다"며 "최근 큰 하락을 경험한 후 다시는 비트코인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가상화폐 투자를 하다 보면 하루 내내 여기에 빠져 있게 된다. 장이 닫히지 않고 상한선과 하한선도 없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삼성전자 한 직원이 2억원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650억원의 수익을 벌어들인 사례가 익명 온라인 게시판인 블라인드에서 퍼지면서 젊은 사람들은 더욱 동요하고 있다.

수십억을 번 사례가 등장하면서 투자 불나방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인생역전의 마지막 수단은 '로또가 아닌 비트코인'이란 말도 나옵니다.

젊은 직장인들의 뒤숭숭한 심리는 통계로도 나타났습니다. 2017~2018년 비트코인 1차 광풍 때처럼 주변에서 '코인 성공담'이 터져 나오니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 1~2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연령별 일평균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39%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40대 17.3%, 50대 12%, 60대 17.8%, 70대 이상 12%, 20대 1.9% 등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2월 비트코인 가격이 5400만원일 당시 투자한 직장인 31살 윤모 씨는 "같이 투자한 지인들도 1억원까지 갈 거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다. '진짜 갈까'라는 생각이었지만 요즘 추세를 보면 진짜 갈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글로벌 금융사가 비트코인 1억 원 돌파 가능성을 전망한 바 있습니다.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은 "기관투자자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면서 비트코인의 급등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1비트코인 가격은 10만 달러(1억1020만 원)를 넘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상화폐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에 전망할 때까지만 해도 업계에선 비트코인이 올해 연말 1억원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는데, 지금 추세라면 상반기 1억 원도 문제 없을 것 같다"며 "이쪽(가상화폐 업계)에선 2∼3년안에 3억 원까지 오른다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비트코인 광풍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지난 1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에는 제약이 많고 또 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많은 나라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이 커지고 투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한은도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역시 현지시간으로 14일 워싱턴경제클럽과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은 투기를 위한 수단이며 결제수단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투기적 자산으로 본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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