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당, 멀어진 '이남자' 마음 돌릴 수 있을까…아직은 '글쎄'
입력 2021-04-08 18:32  | 수정 2021-07-07 19:05
4·7재보궐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시민들 / 사진 = 매일경제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20대 청년층의 성별에 따른 정치적 분열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18,19세와 20대 남성의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는 72.5%였던 반면 여성은 40.9%로 격차는 31.6%P였습니다. 박영선 후보에 대한 지지도 남성은 22.2%에 그친 반면 여성은 44%로 두 배 차이가 났습니다.

30대에서도 남성들의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는 63.8%로 높게 나타난 반면, 박영선 후보에 대한 지지는 절반 수준인 32.6%에 그쳤습니다. 여성의 경우 오세훈 50.6%, 박영선 43.7%로 나타났습니다. 20대만큼은 아니지만 성별에 따라 지지성향이 크게 엇갈린 것입니다.

차기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2030 남성에 대한 유인책을 고민해야 할 처지입니다.

이런 가운데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인 권인숙 의원이 올린 글이 친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권 의원은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 당시 민주당이 ‘충격과 경악이라는 논평을 내자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소신발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권 의원은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전 시장들의 권력형 성범죄로 치러지는 선거였다”며 무엇보다도 성평등이 중요한 의제여야했던 선거”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시작했어야 했다”고 패인을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 청년들의 뜨거운 절규에 응답하지 못했던 모자람이 너무나 부끄럽다”며 성평등을 위해 국회에 들어왔다고 말씀드렸다. 과연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돌아보고 점검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권 의원이 쓴 ‘여성 청년이라는 표현에서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박영선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던 대표적인 친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한 네티즌은 권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면서 지금 여당의 인식을 알 수 있다”며 아무리 국짐이 쓰레기라고 해도 저런 식으로 하면서 20대 남성들한테 표 달라고 하는 건 해도해도 너무한 거죠”라고 적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여성 청년? 이건 무슨 뜻인가요? 청년이면 청년이지, 그 앞에서 성구분을 왜 하나요?”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2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성차별은 기성세대가 저지르고 불이익은 자신들이 받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자신들은 군대라는 의무는 다하되 누리는 이익은 없는 반면, 또래 여성들은 지원의 대상이 되면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중소벤처기업부의 핵심 사업으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경우 서류심사에서 여성에게 0.5점의 가점을 주고 있습니다. 특허권을 보유했거나 장애인인 경우에 부여하는 가점과 점수가 같습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직방이나 ‘토스와 같은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대표적인 청년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2021년 창업성공패키지 지원사업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생 모집공고 중 서류심사 및 발표심사 가점사항 / 출처 = 청년창업사관학교 홈페이지

권 의원의 해당 글에 달린 댓글 반응도 차갑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20대 남성 득표 20%대, 이러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한쪽을 버리는게 아니면”이라거나 성으로 갈라치려고 들면 오늘 같은 일이 지선이나 대선때 반복되지 않을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20대 청년층에서는 성별이 기성세대의 진보와 보수 이념대결 못지 않은 갈등구조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권 의원은 지난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재직 당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20대 남성성은 40, 50대 남성성과 매우 다르다. 위계성, 서열성, 가부장성이 아주 약한 세대"라면서 "평등, 공감, 탈 서열, 탈 위계적 감수성을 지닌 20대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고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여당이 20대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 있는지, 그 목소리에는 남성의 목소리도 포함돼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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