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돈나무언니' 캐시 우드, 돌려막기 논란…"넷플릭스가 우주산업?"
입력 2021-04-02 08:59  | 수정 2021-04-09 09:05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

최근 월가에서 가장 핫한 투자자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가 우주탐사 섹터에 투자하는 ETF를 새로 내놨다가 자사 ETF에서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추가 매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돌려막기가 재연됐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또 넷플릭스 등 우주탐사와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종목의 비중이 높고,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과 같은 종목은 지나치게 비중이 낮아 우주산업 ETF가 맞냐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 수익률 부진하자 새 ETF 추가 매수…'돌려막기' 논란

어제(1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밤 뉴욕증시에서 ARK Space Exploration & Innovation ETF (ARKX)는 전일 대비 0.27달러(1.33%) 오른 20.57달러에 마감했습니다. ARKX는 지난달 30일 첫 거래를 시작해 이틀째 거래됐습니다.

ARKX는 캐시 우드가 5년간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장담하며 내놓은 야심작입니다. 그런데 ARKX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공개되자 그동안 아크 인베스트먼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돌려막기'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ARKX에서 가장 투자 비중이 높은 종목은 트림블(Trimble)로, 8.4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트림블은 농업, 건축, 지리, 운송 관련 사업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캐시 우드는 트림블의 GPS·매핑 기술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종목이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운영하는 또 다른 ETF인 ARKQ에서도 편입 비중 2위라는 점입니다. 즉, ARKX로 들어온 고객 자금으로 트림블의 주식을 더 사서 주가가 오르면 ARKQ의 수익률도 덩달아 상승하게 됩니다.

또 ARKX에서 트림블에 이어 편입 비중 2위의 종목은 아크 인베스트의 3D 프린트 ETF(PRNT)로, 이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ETF를 대놓고 산 셈입니다. 이외에도 편입 비중 10위 내 종목 중 크라토스(Kratos), 징둥닷컴(JD.com) 등이 ARKQ와 겹칩니다.

캐시 우드는 ARK 시리즈 ETF로 ARKK(혁신기업), ARKG(게놈 혁명), ARKW(차세대 인터넷), ARKF(핀테크), ARKQ(자율화 기술), ARKX(우주탐사) 등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ARKK, ARKW, ARKQ 등 3개 ETF에서 편입 비중 1위입니다. 이외에도 텔라닥(Teladoc), 스퀘어(Square), 스포티파이(Spotify), 로쿠(Roku) 등을 여러 ETF에서 중복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캐시 우드가 새 ETF로 모은 자금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종목의 주가 부양에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상황과 맞물려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최근 3개월 기준으로 ARKK는 -12.57%, ARKG -17.27%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고, 거침없이 성장했던 아크 인베스트도 최근 자금 순유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엔비디아(편입비중 11위), 구글 지주사 알파벳(16위), 알리바바(24위), 넷플릭스(27위) 등 우주탐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어보이는 종목들은 ARKX의 포트폴리오를 볼 때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이는 우주탐사산업과 관련한 후방산업, 수혜기업 등을 끼워넣었기 때문입니다. 예로 넷플릭스의 경우 인터넷에 접속이 안 되는 가정도 위성기술 발달로 넷플릭스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수혜를 보게 될 것이란 식입니다. 이같은 다양한 이유로 일본의 굴삭기업체 코마츠(Komatsu), 농기계업체 디어(Deere), 반도체 장비업체 테라다인(Teradyne), 전기차업체 워크호스(Workhorse) 등이 이 ETF에 편입됐습니다.

이미 상장돼있는 우주산업 관련 ETF인 Procure Space ETF(UFO)와도 포트폴리오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캐시 우드도 ARKX와 UFO의 투자 대상은 트림블, 이리듐(Iridium), 가민(Garmin) 단 세 종목만 겹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UFO의 구성 종목 80%는 우주관련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들입니다.

당연히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종목들을 사지 않거나 매우 소량 담은 부분들도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ARKX는 우주 관련 기업과 합병을 발표한 7개 스팩(SPAC) 가운데 단 2종목만 극히 소량 매수했습니다.

대표적인 민간 우주관광기업인 버진 갤럭틱의 편입 비중이 1.95%로, 20위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해 캐시 우드 CEO는 "현재 포트폴리오가 모바일 연결과 초음속 비행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주관광은 아직 먼 이야기"라고 해명했습니다.

김한룡 대신증권 연구원은 "ARKX ETF의 폭넓은 종목구성이 우주탐사에 특화된 ETF를 기대한 투자자들에게 실망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다"라며 "고도의 융복한 비즈니스로 다양한 첨단산업과 연결되어있는 우주산업의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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