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어제(29일) 밤 MBC '100분 토론'에서 격돌했습니다.
여야 양자 구도가 만들어진 후 개최된 첫 토론인 만큼 첨예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의 투기사태로 들끓은 민심을 고려한 듯 시종일관 부동산 이슈를 놓고 충돌했습니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의혹'을 부각했고, 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후보들은 인사말부터 견제구를 날리며 팽팽한 긴장감을 보였습니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는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서울시민의 삶을 일상으로 돌려드리는, 서울에만 매진할 시장이 필요한 선거"라며 "그래서 이번 선거는 정치 시장을 뽑는 것이 아니라 '열일'할 시장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 후보는 "1년 임기의 보궐선거, 왜 생겼는지 아마 다들 아실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남은 1년 '문재인 정부 정신 차리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후보가 "내곡동 땅 36억5천만 원 보상받으셨죠"라고 운을 떼자 오 후보는 "네. 그렇다. 제 아내의 지분은 8분의 1"이라고 답했습니다.
곧바로 박 후보는 "추가로 (보상) 받은 것은 없으시죠"라고 물었고 오 후보는 "없다"고 답한 뒤 "정확히 말하면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박 후보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답변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단독주택용지를 추가로 특별분양공급을 받았다고 답변이 왔다"고 말하자, 오 후보는 "몇 평이나 받았죠? 정확히는 제 기억엔 없다"고 했습니다.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측량현장 입회 여부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습니다.
박 후보가 "측량 현장에 갔나"라고 묻자, "오 후보는 "안 갔다"고 말했습니다.
재차 박 후보가 "분명히 안 가셨죠"라고 되묻자 오 후보는 "기억 앞에선 참 겸손해야 한다.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 후보가 "증인이 3명"이라고 말하자, 오 후보는 "2명인 줄 알았더니 3명으로 늘었나.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3명이 말하면 호랑이가 생겨난다고 하더니"라고 받아쳤습니다.
오 후보는 '민주당의 3대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준비해둔 패널을 꺼내 들며 '보상받으려고 땅을 샀나', '서울시장 시절 관여했나', '당시 시가보다 더 받았나' 등 3가지가 초점이라며 "민주당이 이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후보는 "내곡동 땅의 핵심은 거짓말을 했느냐 안 했느냐, 측량 장소에 갔느냐 안 갔느냐"라며 "거짓말이 탄로 나기 시작하니 이제 말을 바꾼다"고 비판했습니다.
오 후보가 내곡동 지구 지정이 "국장 전결 사항이었다"며 관련 서류를 제시하자 박 후보는 "국장 전결이 맞지만, 시장에게 반드시 보고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후보는 당시 구두로 보고했다는 사무관의 인터뷰 증언, 서울시의회 속기록 등을 추가로 제시하며 오 후보가 이 사안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러자 오 후보는 "땅의 존재가 제 마음 속에 없다. 처가 땅이 꼬치꼬치 어디 있느냐에 얼마나 관심을 갖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부동산 문제를 놓고 오 후보는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이 오르고 월세가 오르면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다. 그래서 경제 악순환의 계기가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가 참 몹쓸 짓을 시민, 국민 여러분께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세를 낮춘 뒤 "많은 분이 부동산 때문에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을 제가 다 풀어드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오 후보는 "부동산 폭등이 박원순 전 시장의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적대적 입장 때문인 것에 동의하느냐"며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박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이 오세훈·이명박 시장 시절의 뉴타운 광풍으로 인해 서민들이 자기 집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기 때문에"라며 "반작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오 후보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안전진단 억제를 풀 것인가"라고 캐묻자, 박 후보는 "일정 부분 풀어야겠죠"라고 말했습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도 오 후보가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박 후보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답했습니다.
오 후보는 "민주당이 오늘 부동산 정책을 잘못했다고 했는데 거꾸로 가신다"며 "바뀐 정책이 안 나오면 반성한 것이 아니라고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후보의 '9억 이하 아파트의 공시지가 인상률 10% 상한' 제안을 두고 오 후보는 "차라리 동결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지적했고, 박 후보는 "집값이 오르면 그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게 정당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박 후보는 오 후보가 2011년 무상급식 투표와 연계해 시장직을 중도사퇴한 점을 겨냥해 "그게 직을 걸고 내던질 일이었나"라며 "아이들에게 가는 돈을 그렇게 차별해도 되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오 후보는 "부자한테 갈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쓰자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라며 "복지는 어려운 분들 위주로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현재 시행 중인 무상급식에 대해선 "이왕 시작된 것은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박 후보는 "2011년 보선의 원인 제공자"라며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습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성추행에 의한 보궐선거랑 똑같다는 것이냐"고 반박했습니다.
박 후보가 코로나19 백신 확보 물량에 대해 "충분하다"며 "K-백신 주사기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인구 대비 (백신 물량이) 4위로 올라섰다"고 말하자, 오 후보는 "총알이 없는데 총만 있으면 뭐하나"라고 꼬집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