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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다는데, 벌써 -22%" 속타는 개미들…SK바사, 이젠 시초가 위협
입력 2021-03-28 08:08 
[사진 제공 = SK바이오사이언스]

올해 첫 조 단위 기업공개(IPO)로 관심을 모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160% 상승)'엔 성공했지만,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상장 첫날 따상가에 매수했다면 일주일 남짓만에 22.89%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
◆ '역대 최대 일반 청약 증거금' 기록 무색한 주가
지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직전 거래일 대비 4000원(2.94%) 하락한 1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의 2배였던 시초가 13만원을 위협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첫 날인 지난 18일 시초가가 공모가 6만5000원의 두 배인 13만원으로 형성된 뒤 곧장 상한가로 직행하는 '따상'을 기록했다. 이튿날인 지난 19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장 초반 주가가 19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내 힘이 빠졌다.
교보증권 창구를 통해 약 53주의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새내기주의 상승 동력이 사라진 탓이었다. 슈퍼개미 또는 '상한가 따라잡기(상따)'를 노린 전문 투자자일 것으로 추정되는 이 투자자는 지난 18일 교보증권 창구를 통해 따상가인 16만9000원에 52만9814주를 사들였다. 첫날 거래량의 약 75%를 차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이튿날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음봉을 그렸다. 특히 상장 이튿날 19만원에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의 이날까지 수익률은 -30.52%다.

지난 9~10일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63조6198억원의 증거금을 끌어 모으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일반 공모주 청약의 흥행의 배경은 올해부터 도입된 공모주 균등 배분 방식이었다. 균등배분 방식은 일반 공모주 청약을 받는 증권사에 배정된 물량의 절반을 모든 청약자에게 균등하게 배분하고, 나머지는 기존 방식인 청약 증거금 규모에 비례해 배분하는 방식이다.
작년까지는 거액의 증거금을 넣지 않으면 공모주 배정을 받지 못해 미리 포기하는 일반 투자자들도 있었지만, 균등배분 방식이 도입되면서 최소 청약증거금인 32만5000원만 넣으면 1주는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이에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가족들까지 동원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청약을 받는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고 각 계좌에 최소 청약 증거금만 넣는 사례도 나왔다. 따상을 기록하면 주당 10만4000원의 수익을 챙긴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 '따상' 기대감 무르익던 중에도 조용히 일었던 '고평가' 논란
SK바이오사이언스의 IPO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이 회사가 희망 공모가 밴드를 4만9000~6만5000원으로 제시할 때 경쟁기업 그룹으로 백신 생산·판매 업체가 아닌 글로벌 최상위 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스위스 론자 등을 설정한 걸 두고 말이 많았다. 또 제약·바이오 기업의 가치평가 방식인 주가수익비율(PER)에 근거한 방식이 아니라 생산량 대비 기업가치(EV/Capacity) 방식을 선택한 것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 백신 업계 경쟁사인 녹십자와 비교해서도 공모가가 비싸 보이기도 했다. 지난 26일 녹십자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조1721억원으로 10조980억원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공모가 6만5000원을 기준으로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 비싸게 평가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백신업계의 1위는 녹십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녹십자는 백신 국산화의 선두주자다. 지난 1983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B형간염 백신인 헤파벡스를 개발했다. 이후 지난 1990년 세계 최초의 유행성출혈열 백신 한타박스를, 1993년 세계에서 두 번째 수두백신인 수두박스를 각각 개발했다. 독감백신도 녹십자가 가장 먼저 국산화했다. 이에 더해 녹십자는 백신 사업에 더해 혈액제제 부문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에 면역글로불린 IVIG 10%에 대한 시판 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연간 생산 능력 측면에서는 양측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의 생산능력은 연간 5억도즈다. 녹십자는 원액을 공급받아 패킹하는 설비 기준으로 연산 10억도즈이며, 원액 기준으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생산능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 코로나19 백신 CMO·개발 기대감 여전
고평가 논란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CMO·개발 기대감은 여전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벡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CMO를 수주하고 생산하며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를 100% 가동 중이다.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공급을 위해 기술을 이전받기도 했다. 이에 더해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GBP510은 CEPI가 지원하는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 지원 프로젝트 웨이브2(Wave2)의 대상으로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개발 백신 성공 여부가 기업가치 상향에 매우 중요하다"며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의 2·3상 데이터 양호해서 내년 하반기 출시가 가능하다면 큐어벡, 노바벡스, 바이오엔텍 등 글로벌 신규 백신업체들 수준의 기업가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에 이은 두 번째 유망 파이프라인은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후보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약 7조원 규모의 폐렴구균 백신 시장에서 베스트인클래스(계열 내 최고) 품목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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