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치 보냈다고 별점테러"…중국산 쇼크에 두번우는 식당들
입력 2021-03-27 15:00  | 수정 2021-03-28 15:38

중국산 김치 포비아가 확산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 만의 얘기가 아니다.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는 배달 시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원산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중국산 김치나, 배추,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가게에 별점테러도 이어지고 있다. 배달 플랫폼 이용 시 소비자는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별점)를 부여할 수 있다. 별점 점수가 높으면 배달 앱에서 상단에 노출되는 만큼 식당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닭볶음탕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요즘 손님들이 주문할 때 '김치 보내지 마세요'라는 내용을 쪽지로 남기는데, 바빠서 습관적으로 김치를 같이 보냈다가 별점테러를 당했다"며 26일 억울해 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김치전문점임에도 불구하고 김치 원산지 표기를 하지 않기도 한다. 실제 배달앱을 검색하다보면 김치전문점임에도 김치 원산지가 표시되지 않은 가게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배달앱의 식당별 원산지 표기는 업주가 직접 등록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누락되고 의도적으로 기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배달앱 원산지 표시 의무화는 2017년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7월부터는 앱뿐만 아니라 영수증 등 포장재에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주요 배달앱은 모두 가게 정보 및 소개란을 통해 원산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달앱인 배달의민족은 가게 메뉴 목록 상단에 '원산지 표기'를 명시한다. 해당 글씨를 누르면 메뉴 가장 하단으로 이동되면서 원산지 정보를 볼 수 있다.
이 밖에 요기요, 쿠팡이츠 역시 '원산지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 "국산이래도 안 믿어...김치 버리는 경우 허다"


26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이 같은 점주들의 고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카페 한 회원은 "어쩔 수 없이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원산자표에 '중국산 김치 사용합니다'라고 티내는 것도 민망하다"며 "그렇다고 가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회원은 "원산지 표시를 국산이라고 표기했지만 국산 김치인지 재차 확인을 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며 "중국산 불량 김치 때문에 멀쩡한 양심업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직접 찾은 식당에서도 이 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서울시 중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최근 가장 많이 받아 본 질문이 '중국산 김치인가요?'"라며 "손님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원산지표부터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김치는 손도 안대는 손님들이 많은데 국산으로 바꾸기엔 가격이 부담된다"고 했다.
맞은 편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점주 역시 "원산지 표시를 국산이라고 표기했지만 국산 김치인지 재차 확인을 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며 "반찬으로 내놓은 김치는 손도 대지 않아 김치를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일부 음식점은 직접 김치를 담그는 것도 고려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했다. 양념까지 국산을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김치를 국산으로 해야할지 중국산으로 해야할지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현행법상 국내산 배추에 중국산 양념을 사용한 김치는 국내산으로 표시하면 안 된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김치의 경우 배추, 고춧가루에 대해서만 각각의 원산지 표기를 하도록 돼 있다. 식물 원산지를 미표시한 음식점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시 동대문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손님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국산 배추로 직접 김치를 담그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양념까지 국산을 사용하려니 가격이 너무 비싸 어쩔 수 없이 중국산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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