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상돋보기] "멧돼지가 숙제를 먹었어요"…야생동물 도시 점령
입력 2021-03-24 19:31  | 수정 2021-03-24 20:36
【 앵커멘트 】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의 봉쇄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야생동물들이 제집인 양 도심에 출몰하고 있습니다.
일부 도시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고 하는데요.
세상돋보기, 이기종 기자입니다.


【 기자 】
영국 웨일스의 도시 랜디드노.

절벽을 뛰어다녔던 산양들이, 대신 가파른 담벼락에서 풀을 뜯고 있습니다.

거리를 배회하다가 신기한 듯 사람들을 쳐다보네요.

코로나19로 시 당국의 관리가 소홀해지자 서식지를 도시까지 넓힌 겁니다.


▶ 영국 랜디드노 시민
- "산양이 나무를 잘 다듬어서 예쁘게 만들었어요. 우리가 할 필요가 없네요."

▶ 영국 랜디드노 시민
- "위험한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이 가고 싶지는 않네요."

웃어넘길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멧돼지가 차를 가로막고, 뒷마당에서 새끼에 젖을 먹입니다.

침대 매트리스에 누워 쉬고,학생의 가방 속 숙제를 먹어치웁니다.

산책시키려 데려나온 강아지는 품에 안는 게 낫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멧돼지는 인류 이전부터 존재했고, 인류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겁니다."

수년 전부터 하이파에 나타난 멧돼지들은 코로나19 봉쇄조치로 사람들의 통행이 줄자 더 과감해졌습니다.

무단횡단을 하려다 아차 싶어 건널목으로 가는 걸 보니 도심 적응도 마쳤습니다.

주민들은 도심 내 멧돼지가 수천 마리에 달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습니다.

▶ 이스라엘 하이파 시민
- "시민들을 지켜야 해요. 무엇보다 시민들의 생활이 중요합니다."

하이파 시는 지난 2019년, 보호종인 멧돼지 사냥을 금지한 뒤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런던의 쥐들은 도심을 떠나고 있습니다.

봉쇄령으로 레스토랑과 사무실이 문을 닫아 먹을 게 없어지자, 먹이를 찾아 도시 외곽 주택가에 출몰하는 겁니다.

1년 넘게 지속한 팬데믹이 동물들의 생활도 바꾸고 있네요.

세상돋보기입니다. [mbnlkj@gmail.com]

영상편집 : 이주호
그래픽 : 최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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