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흥 과림동 '수상한 농지들'…2.5미터 펜스 너머엔 황무지·자갈밭
입력 2021-03-21 17:38  | 수정 2021-03-21 20:56
21일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투기 의혹` 농지에 담장이 쳐져 있다. 지목이 `논(畓)`인 이 3개 필지는 2018년 당시 27세였던 인물이 총 13억원 이상을 주고 매입했다. 내부에는 비닐하우스 한 동 외 농사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충우 기자]
◆ 신뢰 무너진 공공개발 (下) ◆
'광명시흥 3기 신도시' 관련 투기 의혹이 다수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에서 기획부동산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
매일경제가 지난 18~19일 경기 시흥과 고양을 찾은 결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17일 투기 의혹을 제기한 과림동 농지 다수가 농사가 이뤄지지 않거나 외부인 출입을 엄금하고 있었다. 3년 전 20대가 13억원 넘게 주고 산 농지는 공사 현장처럼 거대한 철제 펜스에 둘러싸인 상태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시흥시로 주소지가 등록돼 있는 고 모씨(30)는 2018년 당시 나이 27세 때 과림동의 논(畓) 3개 필지 총 5496㎡를 13억7450만원 이상을 주고 매입했다.
해당 필지를 방문한 결과 세 개의 필지는 2.5m가량의 철제 펜스가 둘러쳐져 있어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했다. 주변에는 철재 고물상이 많아 공기는 퀴퀴한 편이었다. 울타리 내부를 확인한 결과 'ㄱ' 자 모양의 비닐하우스 한 동이 설치돼 있었고 대부분의 토지에서 농사짓는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위성지도에 따르면 이 필지는 2018년까지만 해도 울타리와 비닐하우스가 없었다. 고씨의 주소로 등록된 시흥시의 한 아파트는 김 모씨(57)의 소유이고, 한 통신판매업 업체가 이 주소로 영업을 하다 2016년 이전 폐업한 기록이 남아 있다. 경남 김해에 사는 김 모씨(42)가 2019년 6월 1억5000만원을 주고 산 460㎡ '밭(田)'은 농사가 이뤄지지 않는 자갈밭으로 방치돼 있었다. 해당 용지는 인근 유통업체 사무실과 접해 주변 공장 직원 등이 차를 대는 주차장처럼 쓰이고 있었다. 인근에서 농사짓는 한 주민은 "이곳은 공시지가가 높아서 농사로는 세금을 내기 버거워 땅을 임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씨의 용지와 접한 유통업체의 직원은 해당 땅이 자신의 회사 소유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충남 서산에 사는 이 모씨(38) 등 서산 주민 4명과 서울 강남 주민 1명이 지난해 7월 총 12억2000만원에 산 과림동 279㎡도 장방형으로 높은 철제 펜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다만 이 땅의 지목은 대지이고 1종 일반주거지역이라 그린벨트 내 농지들보다 가격이 높을 수는 있다. 이상한 것은 이 땅의 전 주인 이 모씨(58)다. 이씨는 2018년 1월 이 땅을 11억원에 사들였는데 2년 만에 이를 되팔면서 1억20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기획부동산의 '쪼개기 판매' 수법과 비슷하다.

이씨의 거주지로 등록돼 있는 곳도 일반적인 주거지가 아니었다. 이씨의 주소는 고양시 덕양구 강매동의 한 필지로 기록돼 있는데,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해당 필지는 국가 소유의 '구거(인공수로와 그 용지)'였다. 강매동 해당 필지를 방문한 결과 이곳에는 비닐하우스만 몇 채가 있었다. 이곳 비닐하우스에는 조립식 주택 설비가 돼 있었는데, 방문 당시 주민 몇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이씨는 모른다고 했다. 인근 주민은 "해당 비닐하우스는 옛날에 교회로 쓰였다"고 전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17일 민변·참여연대 기자회견에서 "(과림동 농지 일대 방문 결과) 펜스로 막고 'CCTV 감시 중'이라고 표시해 놓는 등 외부 출입을 엄금하는 형태로 돼 있었다"며 "농사짓는 땅을 이렇게까지 할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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