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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그린벨트 쪼개기 활개…화성 남양주에 몰려
입력 2021-03-21 17:12  | 수정 2021-03-21 19:48
3기 신도시 발표를 전후로 경기도 내 개발제한구역에서 지분 쪼개기 매입이 크게 늘어났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광명시 광명동과 노온사동 일대 전경. [한주형 기자]
"최근 2~3년 사이에 토지 거래 문의가 많았고 특히 싼 임야를 찾는 사람이 꽤 있었어요. 한번은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굴 앞 산의 등기를 살펴보니 땅 주인만 100여 명이었는데 개발 기대감에 지분 거래가 많이 이뤄진 것으로 보여요."(시흥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도 고양시 창릉에서도 한 지번에 땅 주인만 60명이에요. 지분 쪼개기를 안 한 곳이 없습니다."(고양시 한 부동산 관계자)
경기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내 지분 거래가 6년 사이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경기도 그린벨트 토지 매매 거래를 분석한 결과, 2014년 4172건이었던 지분 거래가 2020년 1만609건으로 두 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개발이 제한된 지역에서 지분 거래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투기적 수요가 상당 규모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조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가 3기 신도시 택지 입지 발표가 처음 이뤄진 2018년 12월로부터 5년 전인 2013년 12월부터 토지 거래 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해 2014년부터 7년치를 분석했다.
경기도 그린벨트 내 토지 매매 거래는 2014년만 해도 일반 거래 4499건, 지분 거래 4172건으로 일반 거래 비중이 컸다. 그러나 2018년 지분 거래가 갑자기 늘면서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2018년 일반 거래는 4200건, 지분 거래는 1만1032건으로 역전됐다.
특히 경기도 시흥시 지분 거래가 크게 늘어 눈길을 끈다. 2016년 2839건이던 시흥시 토지 매매 중 지분 거래는 2017년 3259건, 2018년 3506건으로 급증했다. 시흥시 과림동만 봐도 2018년 개발제한구역 지분 거래만 41건으로 거래금액은 대부분 5000만원 미만이었다.
시흥시는 정부가 지난달 24일 2·4 주택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경기도 광명시흥에 7만가구 규모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곳이자, LH 직원들이 최근 3년간 100억원에 가까운 사전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광명시흥의 경우 기획부동산이 상당 부분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기획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2000만~3000만원 단위로 작은 면적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그린벨트 내 토지 매매 거래는 재작년 일반 거래가 3630건으로 최근 7년간 가장 적었던 반면 지분 거래는 1만3729건으로 가장 많았다. 작년에는 일반 거래 4905건, 지분 거래 1만609건을 기록했다. 화성시와 남양주시 지분 거래가 특히 급증했다. 2018년 1526건이던 화성시 지분 거래는 2019년 처음으로 2000건을 넘어섰고 작년에는 2108건을 기록했다. 2018년 499건이던 남양주시 지분 거래는 2019년 두 배 넘게 늘어 1173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남양주 왕숙지구는 정부가 2018년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과 함께 3기 신도시로 선정한 바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분 거래는 대출이나 소유권에 대한 권리 행사 등에 제약이 많다"며 "그린벨트에서 지분 거래가 두 배 넘게 늘었다는 것은 투기적 거래가 상당히 이뤄졌다고 의심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한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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