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車 반도체 가뜩이나 부족한데…세계 3위 日 공장 화재로 '스톱'
입력 2021-03-21 15:30  | 수정 2021-03-21 16:44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 일부가 멈춰섰다. 작년 말부터 차 반도체의 공급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축소 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미국 텍사스 한파에 따른 정전으로 차 반도체 업계 1위인 독일 인피니온 공장이 한때 멈췄던 데 이어 이번 화재까지 더해져 수급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염려가 커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르네사스의 이바라키현 나카 공장에 19일 새벽 화재가 발생했다가 진화됐고 일부 차 반도체 라인이 가동 중단됐다고 21일 보도했다. 피해를 입은 곳은 300mm 웨이퍼를 사용해 주로 차의 주행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콘트롤러를 만드는 라인이다. 르네사스는 이 제품에서 20% 정도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전체 점유율에서는 1위인 인피니온, 2위 네덜란드 NXP세미컨덕터 등에 이어 르네사스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건물 1층 클린룸 면적의 5%에 해당하는 600㎡ 가량과 장비 11대 등이 소실됐으며 르네사스 관계자는 생산라인 재가동과 관련해 "현시점에서는 구체적 일정을 세워놓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반도체는 제조과정에서 먼지 등이 들어가면 불량이 발생하기 때문에 먼지·불순물 등을 최소화한 클린룸에서 만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실 되지 않은 장비나 클린룸 공간에도 그을음이나 진화과정의 소화액 등이 묻었을 가능성이 있고 생산라인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를 이를 다 제거하는 작업을 거쳐야 해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르네사스는 차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대만 TSMC에 위탁줬던 물량을 자사 생산을 돌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이번 화재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부터 차 반도체 공급부족이 심화돼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라인 일시 정지와 감산 등이 이어지고 있는 데 이 화재가 이런 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진다. 특히 지난달 미국 텍사스 한파 영향으로 대규모 정전이 이어지며 이 지역의 인피니온·NXP 공장 등이 한때 멈춰서 이에 따른 수급 타격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인피니온은 텍사스 공장의 생산이 정전사태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시기를 6월께로 보고있다. 최근에도 도요타·포드 등의 일부 공장이 라인을 세우기도 했고 올 상반기 차 업계의 감산규모는 15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자동차메이커인 도요타·닛산 등은 르네사스의 화재복구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차 반도체의 공급부족이 계속되자 지난 1월에는 미국·일본·독일 등이 대만 TSMC에 증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작년 초 코로나19로 차 판매가 줄어들자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 등 부품의 확보량을 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중국 등을 중심으로 차 수요가 회복하자 반도체 등의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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