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뼈빠지는 월급쟁이…서울 집사려면 한푼 안쓰고 22년 모아야
입력 2021-03-21 13:16  | 수정 2021-03-21 13:18
우리나라 직장인이 서울에 아파트를 하나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1.8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공시지가가 급등한 서울 지역 아파트 전경 [매경DB]

이영욱씨(가명·41)는 장기간 고민 끝에 내 집 마련 계획을 포기했다. 고시 준비하다가 30대 중반 늦깎이로 공공기관 산하 기관에 취업한 이씨는 정년 때까지 일해도 도저히 집값 모으기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만에 하나 아파트를 분양을 받는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대출금 갚기도 어렵다"며 "아예 내 집 마련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주어진 수입 내에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직장인이 서울에 아파트를 하나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2년 가까이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정부·KB국민은행 통계 등을 분석해 발표한 '성실근로자 울리는 5대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20년)간 1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상용직·일용직 임금총액은 299만 1000원에서 352만 7000원으로 연 평균 3.4% 올랐다.

반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값에 따라 줄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집 가격)은 같은 기간 5억 282만원에서 9억 2365만원으로 연 평균 12.9%나 급등했다.
직장인이 월급 전액을 꼬박꼬박 모아도 서울에 중간 정도 되는 아파트를 한 채를 장만하려면 21.8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3억 8676만원)도 연 평균 7.4%이 올라 월급 오르는 속도를 압도했다.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 추이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성실한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이외에 물가, 세금 등 다른 지표와 비교한 결과는 한 마디로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로 요약된다. 월급 늘어나는 속도보다 장바구니 물가와 세금 뛰는 속도가 훨씬 빨라 직장인들 삶이 점차 팍팍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근로자 임금총액이 최근 5년 새 연 평균 3.4% 인상되는 동안 밥상물가(신선식품지수)는 연 평균 3.9%씩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유리지갑'인 직장인들을 겨냥한 세금 오름폭도 컸다. 최신 통계인 최근 5년간(2014년~2019년)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을 살펴보면 25조 4000억원에서 41조 1000억원으로 연간 10.1%씩 불어났다.
월급 압도하는 밥상물가와 세금
그렇다고 실업급여나 국민연금 등 직장인이 현업을 떠났을 때 뒤를 받쳐줘야 하는 안전판이 탄탄한 것도 아니다.
근로자가 비자발적으로 퇴직당했을 때 받게 되는 실업급여계정은 2018년 적자 전환한 후 계속 악화해 지난해 적자 규모가 4조 7000억원에 달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고갈시점은 당초 정부가 예상한 2057년에서 2054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한국인 평균수명이 83.3세임을 감안할 때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현재 50세 이하인 국민연금 가입자는 연금을 일부만 받을 수 있고 32세 이하 근로자는 연금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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